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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키비스트 Aug 02. 2020

원주민 성노동자, 파멜라 죠지 살인사건

원주민 여성에 대한 인종차별과 폭력


캐나다라는 국가에서, 정확히 몇 명의 원주민 여성들이 살해당하고 실종되었는지는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나마 알려진 그녀들의 죽음에 대해 기록을 남기고, 그들의 죽음이 불공평한 사회 시스템 (식민주의와 인종차별, 성차별)에 기인함을 사회 구성원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이유는 당연히 소수자가 차별받지 않는 공평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오늘은 써스케처원의 주도 리자이나(Regina)에서 벌어진 원주민 여성 폭행,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써스케처원(Saskatchewan)은 캐나다에서 인구 대비 원주민수가 가장 많은 주이다. 원주민들의 인구증가는 사회적 갈등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대개 식민통치를 당한 나라들은 독립과 함께 식민지배자들이 그 공간에서 물리적으로나마 떠나게 된다 (물론 해방과 함께 식민잔재가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한편, 캐나다와 같은 백인 정착자의 나라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에서는 식민지배자와 피지배자가 같이 살아야 하기 때문에, 권력을 거머쥔 "백인" 정착인들은 원주민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부단한 정책들을 만들어 왔다. 예컨대, 원주민 기숙학교나 인종간 입양정책 및 눈물의 하이웨이가 그중 알려진 몇 개의 사례이다. 그런 이유에서, 리자이나 도시에 거주하는 백인들의 원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적 시선은 외부자인 내가 관찰하기에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사건의 시작은 이러하다. 1995 년 4월 18일, 여전히 늦겨울의 날씨로 추웠던 그날 저녁 파멜라 죠지(28세)는 성노동을 나가게 된다. 6남매의 장녀로 가난한 집안에서 겨우 9학년을 마친 그녀는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었다. 극빈한 생활 때문에 돈이 필요해 한 달에 두 번 정도 다운타운으로 성노동을 나가곤 했다. 그녀는 다소 수줍은 많은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고, 시 쓰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파멜라 죠지- 출처: https://354indigenouswomen.wordpress.com/2012/10/06/the-murder-of-pamela-george/)


그 날, 그녀는 스티븐 쿰머필드(Steven Kummerfield)와 알렉스 터노웨스티(Alex Ternowetsky)라는 20세의 리자이나 대학교 학생들에게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된다. 스티븐과 알렉스는 유복한 백인 중산층 출신으로 학교에서는 나름 알려진 하키 선수로 활동 중이었다. 스티븐의 할아버지는 이전 주정부 정권의 장관이었고, 알렉스의 아버지는 리자이나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였다.


(살해범 알렉스 터노웨스키(Alex Ternowetsky)와 스티븐 쿰머필드 (Steven Kummerfield)-출처: https://www.walnet.org/csis/news/regina_96/gandm-961221.html)

당일 그들은 이미 술에 취한 채 차를 몰고 다운타운을 배회하며 원주민 성노동 여성을 물색하던 중이었다. 그들이 단숨에 여성 "사냥"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성매매 여성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 명이 아닌 두 명 이상의 남성들이 접근할 때는 상당히 위험하다.


몇 차례 거절을 당하고 단번에 원주민 여성의 성을 성공적으로 "구매{?}"하지 못하게 되자, 알렉스는 차 트렁크에 숨고 스티븐만 운전대를 쥔 채 거리의 원주민 여성들에게 접근한다. 마침, 파멜라 죠지가 눈에 들어오게 된다. 그녀는 별 의심 없이 차에 올라탔고, 스티븐은 리자이나에서 무려 2마일이나 떨어진 도시 외곽지역으로 차를 몰고 나간다. 외곽지역은 끝없이 펼쳐진 농지뿐이며, 그 시간대에 길 위에서 사람을 보기는 불가능하다. 차가 멈추고 알렉스까지 트렁크에서 나와, 그들은 강제로 파멜라 죠지에게 구강성교를 시키고 그녀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무참히 폭행한다. 20대의 건장한 하키 선수인 그들의 주먹에 무참히 쓰러진 그녀는 진흙바닥에 얼굴이 처박힌 채 정신을 잃는다. 만신창이가 된 그녀를 그대로 둔 채, 스티븐과 알렉스는 비정하게 그 자리를 뜬다. 그녀의 시체는 다음날 발견되어 지역뉴스를 타게 된다.


경찰은 처음부터 범죄 혐의자를 원주민이나 부랑자로 추정하고 수사를 시작한다. 그중 한 원주민 남성은 증거도 없이 경찰에 무려 4번이나 취조를 당하기도 했다. 별 진척 없이 2주 정도를 보내다가, 경찰은 리자이나 대학의 한 여학생으로부터 제보를 받게 된다. 제보한 여학생에 따르면, 스티븐과 알렉스가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본인들이 "인디언 창녀"를 픽업한 후 마구 때렸다고 자랑스레 떠벌리고 다녔다고 했다. 경찰은 그 둘을 살인혐의로 체포하고 재판이 열리게 된다.


토론토대학의 교수 슈린 라작과 앰네스티 보고서는 이 재판과 파멜라 죠지의 죽음을 둘러싸고 보인 언론과 리자이나 시민들의 반응에 대해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우선, 리자이나의 언론은 피해자인 파멜라 죠지가 어떤 사람이었으며 어떤 이유로 거리를 배회하며 성노동을 하게 되었고 왜 그렇게 죽어야 했는지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로지 그녀의 성매매 전력에만 초점을 맞추어, 마치 성노동을 한 원주민 여성이었기에 그런 취급을 당한 것이라며 원주민 여성들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주민들은, 집안도 좋은 중산층 백인 대학생들이 아무 이유 없이 그런 일을 했을 리는 없으며, 오히려 피해자인 파멜라 죠지가 원인을 제공했으리라는 루머를 퍼뜨리기도 했다.


처음부터 스티븐과 알렉스가"원주민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를 계획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대다수 북미의 도시처럼, 리자이나 역시 계급과 인종에 따라 도시가 구획된다. 리자이나 대학 근처의 중산층 백인동네와 가난한 원주민 거주구역인 다운타운지역처럼 말이다 (물론 지금의 리자이나는 사뭇 다른 변화를 거쳤으리라 생각된다). 그들이 백인 성노동 여성을 원했다면 다른 장소를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들의 주거지역을 벗어나, 마치 유럽의 식민자들이 영역을 확장해 나가며 정복욕을 채우듯이 다운타운 지역으로 원주민 여성을 "정복"하기 위해 차를 몰고 출정한다. 용기를 북돋기 위해 사전 음주와 함께. 게다가 그들은 처음부터 지불할 돈을 수중에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법정에 증인으로 선 한 원주민 성노동자에 따르면, 스티븐과 알렉스가 술냄새를 풍기며 접근했을 때 위험을 느껴 단호히 거절을 했다고 한다. 그들은 그녀를 향해 "이 쓰레기 같은 인디언년, " "인디언 창녀" 같은 인종혐오의 언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또 다른 증언에서, 스티븐의 친구가 전날 밤 무엇을 했는지 묻자 스티븐은 "머 별로.. 우리는 드라이브 나가서, 술 취하도록 마시고 그년을 죽였어"라고 답했다.


또한, 법정 증인 심문에서 최초의 제보자 여학생은, 알렉스가 "(파멜라 죠지가) 죽었는지 알게 뭐야. 하지만 죽어도 싸지. 그저 인디언 년일 뿐인데 뭐"라고 했음을 증언한다. 여러 상황이 암시하듯, 단순한 여성 살해가 아니라 원주민 여성을 향한 인종혐오범죄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재판관을 비롯하여 모든 배심원들 역시 백인으로만 구성되었던 법정은, 원주민들에 대한 이해와 나아가 식민통치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 검사조차도 배심원들에게 "파멜라 죠지는 배심원분들과는 전혀 다른 류의 인생을 살았고, 그녀가 창녀라는 점이 이 사건의 주요한 부분임을 고려해야 합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배심원들이 판결을 앞두고 파멜라 죠지가 그 두 청년들과의 성행위에 대해 동의 (consent)를 했는지를 둘러싸고 논의했을 때, 판사라는 인간은 "파멜라 죠지는 창녀가 직업이었음을 기억하기를" 권고했다.   


변호사는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한 스티븐과 알렉스가 "미래가 창창한 청년들"이고, "술에 취했기에 실수를 한" 것이라고 항변한다. (매우 익숙해 보이는 변명들이다!)


스티븐과 알렉스의 가족, 지인으로 가득 찬 방청석과 백인 재판관, 백인 배심원, 백인 변호사, 백인 검사로 이루어진 법정에서, 두 청년은 단지 6년 6개월을 선고받는다. 1급 살인죄는 인정되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은 형량의 반만 채우고 나와, 스티븐은 이름을 바꾸고 멕시코로 이주해서 시를 쓰며 유유자적한 삶을 산다. 최근 토론토대학 영문과 교수와 같이 시 발표회를 다른 곳도 아닌 리자이나 대학에서 하려다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무산이 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본인이 원하는 시 쓰기 작업을 하고 있다. 알렉스는 토론토의 한 대학에서 영상 관련 공부를 하고, 음주운전, 추행, 강도 등의 혐의로 다시 몇 번의 감옥생활을 하기도 했다.    




어이없지 않은가? 이 부조리한 사건과 판결에 대해 너무도 많은 질문들이 생긴다.


피해자의 직업이, 그녀의 인종적 배경이 도대체 판결에 왜 영향을 미쳐야 하는지, 가해자들이 술에 취한 것이 왜 변명이 되는지 말이다. 음주 운전을 하며 인종혐오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고, 원주민 여성에게 성행위를 강제하고, 끔찍한 폭력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성인 남성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은 어디로 간 것인가? 배경 좋은 백인 남성들만 미래가 창창한가? 명백히 여성 혐오적인 폭력, 살인죄가 왜 죗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았는지, 왜 법정은 원주민 여성에 대해 몰역사적 인식을 극복하려 하지 않았는가?


인디언 거주구역 (Indian Reserve)으로 내몰려 제대로 된 사회적 인프라 하나 없이 교육도 못 받고 구직에 어려움을 겪으며 인종차별을 당하고, 본인들의 땅에서 몇 대에 걸쳐 인간다운 삶을 영위 못하는 수많은 원주민들의 미래는 생각지 않는가? 그러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했지만, 책임감으로 아이를 키우며 시를 쓰고 싶어 한 파멜라 죠지 역시 인간이었다는 점을, 백인들의 법정은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성매매 여성에게도 당연히 동의(consent)를 받아야 하며, 성매매 여성도 성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왜 적극적으로 인지하지 않은 것인가? 캐나다에서 모든 여성은 동등하지 않으며, 특히나 원주민 여성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고 있음을 이 사건이 여실히 보여준다고 하겠다.


리자이나의 원주민 커뮤니티에 커다란 상처를 안겨준 이 사건과 판결을 두고, 어떤 학자는 캐나다에 두 개의 사법제도가 존재한다고 냉소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백인을 위한 사법제도 하나와 원주민을 위한 또 다른 사법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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