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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영 Oct 16. 2024

방랑자

니체의 방랑자

638. 방랑자 - 어느 정도 이성의 자유에 이른 사람은 지상에서는 스스로를 방랑자로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한 사람에게는 지치고 그에게 휴식을 제공할 도시의 문이 닫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나쁜 밤들이 오게 될 것이다....... 아침해가 분노의 신처럼 불타면서 떠오르고 도시가 열리게 되면, 그는 여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아마 문 어둠 앞에 있었을 때보다 더 많은 사막, 더러움, 기만, 불안정을 본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다른 지방과 다른 날들과 같은 기쁨에 가득 찬 아침이 온다....... 그 후에 그가 조용히 오전의 영혼의 균형 속에서 나무들 사이를 거닐면, 그 나무 꼭대기와 우거진 잎에서 좋고 밝은 것들, 즉 산과 숲 그리고 고독 속에 살고 있는 자유정신들의 선물이 던져진다. 자유정신들은 그처럼 어떤 때는 쾌활하고 또 금방 생각에 잠기는 현자, 방랑자 그리고 철학자들이다. 그들은 이른 아침의 비밀에서 태어나, 왜 열 번째와 열두 번째를 치는 종소리 사이의 낮이 이렇게 순수하고 투명하며 빛나도록 화사한 얼굴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생각한다 : 그들은 오전의 철학을 찾고 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19. p.449)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의 마지막 아포리즘에서 목적 없이 세상을 떠도는 방랑자의 삶을 이상적인 삶의 모델로 제시한다. 이 방랑자는 마치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거친 세상을 헤쳐 나가지만, 자연과의 교감과 깊은 사색을 통해 위로를 얻고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그의 삶은 그림자 없는 정오의 햇살처럼 맑고 투명하며, 삶의 가장 순수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 니체는 말한다.

이 아포리즘은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시사점을 던진다. 니체가 자주 사용하는 '그림자'라는 상징은 삶에서 늘 따라다니는 고통, 고독, 불안 등을 의미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삶은 필연적으로 이러한 그림자를 동반한다. 하지만 니체는 이러한 그림자를 극복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니체의 방랑자는 마치 열 번째와 열두 번째를 치는 종소리 사이의 짧지만 강렬한 찰나와 같은 순수한 행복을 경험한다. 이는 끊임없는 움직임과 변화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서 존재 자체를 느끼는 순간의 행복을 의미한다. 마치 폭풍우가 지나간 후 맑게 개인 하늘처럼,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후 찾아오는 평온과 기쁨을 상징한다.

니체의 방랑자는 내면의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는 사회적인 기대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그는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다. 이러한 자유로운 영혼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삶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비록 현실에서는 완벽하게 방랑자의 삶을 살 수 없을지라도, 니체의 철학은 우리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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