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시야를 얻는 지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616. 현재와 소원해져서-자신의 시대에서 한 번쯤 심각할 정도로 소원해져서 그 시대의 바닷가에서 과거의 세계관들의 대양으로 밀려가보는 것에는 커다란 장점들이 있다. 거기에서 해안 쪽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아마 처음으로 그 전체적인 모습을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다시 해안에 다가가면 그곳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 사람들보다 그 해안을 훨씬 전체적으로 잘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19. p.432)


나는 내가 서 있는 이 시대가 너무나 거대하고 복잡해서, 그 안에서 길을 잃는 듯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유행하는 생각들, 사회적 통념들, 그리고 당장의 현실에 갇혀 더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하는 느낌이다.

니체는 우리에게 자신의 시대와 '소원해지는' 경험을 권한다. 이는 단순히 현재를 등한시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현재라는 익숙한 바닷가에서 잠시 벗어나, 과거의 세계관들이 펼쳐진 거대한 대양으로 나아가 보라는 제안이다. 나는 이 말이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내가 가진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잠시 내려놓고, 아주 먼 과거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세상을 살았는지, 그들의 문화와 철학은 어떠했는지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다.

나는 한때 내가 가진 문제나 고민이 오직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하며 힘들어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역사책을 읽거나 고전 철학을 탐구하면서, 수천 년 전의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고뇌를 겪었고,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왔음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나 중세 시대 사람들의 신념 체계를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나의 시야는 훨씬 넓어졌다. 그들의 세계관은 지금의 나와는 너무나 달랐지만, 그 다름 속에서 나는 인간 보편의 진실과 삶의 다양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처럼 나의 시대를 벗어나 과거의 대양으로 밀려가 보는 것은, 나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더 넓은 지평을 열어주는 귀한 경험이 된다.

과거의 대양 한가운데서 해안 쪽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아마 처음으로 그 전체적인 모습을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구절에서 '거리'가 주는 통찰의 힘을 느낀다. 너무 가까이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볼 때 비로소 선명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나의 삶에서도 그랬다. 한때는 너무나 중요하게 여겼던 일들이, 시간이 흐르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 다시 돌아보니 별것 아닌 문제였음을 깨달을 때가 많다.

그리고 그가 다시 해안에 다가가면 그곳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 사람들보다 그 해안을 훨씬 전체적으로 잘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는 이 마지막 구절에서 '경험의 순환'과 '성숙한 이해'의 중요성을 발견한다. 과거의 대양에서 얻은 넓은 시야를 가지고 다시 나의 시대로 돌아왔을 때, 나는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된다. 나의 시대가 가진 장점과 단점,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가능성들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처럼 '소원해졌다 돌아오는' 경험을 통해 나의 삶과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나의 시대를 한 번도 떠나지 않은 사람들은 그들의 익숙함 속에서 편안함을 느낄지 모르지만, 때로는 그 익숙함이 시야를 좁히고 새로운 가능성을 가로막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번쯤 대양으로 나아가본 사람은, 돌아왔을 때 같은 해안이라도 전혀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시대가 가진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그 안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낼 수 있는 통찰력을 갖게 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삶의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