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638. 방랑자 - 어느 정도 이성의 자유에 이른 사람은 지상에서는 스스로를 방랑자로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한 사람에게는 지치고 그에게 휴식을 제공할 도시의 문이 닫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나쁜 밤들이 오게 될 것이다....... 아침해가 분노의 신처럼 불타면서 떠오르고 도시가 열리게 되면, 그는 여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아마 문 어둠 앞에 있었을 때보다 더 많은 사막, 더러움, 기만, 불안정을 본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다른 지방과 다른 날들과 같은 기쁨에 가득 찬 아침이 온다....... 그 후에 그가 조용히 오전의 영혼의 균형 속에서 나무들 사이를 거닐면, 그 나무 꼭대기와 우거진 잎에서 좋고 밝은 것들, 즉 산과 숲 그리고 고독 속에 살고 있는 자유정신들의 선물이 던져진다. 자유정신들은 그처럼 어떤 때는 쾌활하고 또 금방 생각에 잠기는 현자, 방랑자 그리고 철학자들이다. 그들은 이른 아침의 비밀에서 태어나, 왜 열 번째와 열두 번째를 치는 종소리 사이의 낮이 이렇게 순수하고 투명하며 빛나도록 화사한 얼굴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생각한다 : 그들은 오전의 철학을 찾고 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19. p.449)
니체의 방랑자는 거친 세상을 헤쳐 나가지만, 자연과의 교감과 깊은 사색을 통해 위로를 얻고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그의 삶은 그림자 없는 정오의 햇살처럼 맑고 투명하며, 삶의 가장 순수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림자가 없다는 것은 삶에서 늘 따라다니는 고통, 고독, 불안과 같은 어두운 면들을 극복했음을 의미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추구하는 삶은 필연적으로 이러한 그림자를 동반한다.
나는 살면서 수많은 그림자들과 마주했다. 새로운 도전을 할 때마다 따라붙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홀로 길을 걸을 때 찾아오는 외로움, 그리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같은 것들 말이다. 한때는 이 그림자들이 너무나 커 보여 나를 짓누르기도 했다.
니체의 방랑자는 마치 열 번째와 열두 번째를 치는 종소리 사이의 짧지만 강렬한 찰나와 같은 순수한 행복을 경험한다. 나는 이 구절에서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들이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끊임없는 움직임과 변화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서 존재 자체를 느끼는 '순간의 행복'에 있음을 깨닫는다. 마치 폭풍우가 지나간 후 맑게 개인 하늘처럼,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후 찾아오는 평온과 기쁨을 상징한다.
방랑자는 바로 이런 찰나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온전히 경험하며 삶의 가장 순수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이다.
니체의 방랑자는 내면의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는 사회적인 기대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그는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다. 나는 이 '내면의 자유'가 진정한 방랑자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특정한 길을 제시하고, 성공의 기준을 강요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자유로운 영혼은 그런 외부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나침반을 따라 나아간다.
비록 현실에서는 완벽하게 니체의 방랑자처럼 살 수 없을지라도, 그의 철학은 우리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준다. 그것은 단순히 유랑하며 떠도는 삶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삶의 모든 순간을 인식의 도구로 삼아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며, 내면의 자유를 추구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나는 오늘, 내가 서 있는 이 길 위에서 다시금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나는 과연 나의 이성을 자유롭게 하고, 삶의 그림자들을 기꺼이 마주할 용기를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 속에서 '그림자 없는 정오의 햇살'처럼 맑고 투명한 순간의 행복을 찾아낼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