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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영 Oct 09. 2024

너무 가깝게

너무 가깝지 않게

428. 너무 가깝게-우리가 사람들과 너무 가깝게 살게 되면마치 우리가 훌륭한 동판화를 맨손가락으로 자꾸 만지게 되는 경우처럼 된다 어느 날 우리 손 안에는 보잘것없고 때 묻은 종이밖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인간의 영혼도 끊임없는 접촉을 통해서 결국 닳아버릴 수 있다...... 사람들은 여성과 친구들과 너무 친밀하게 교제함으로써 항상 그 무엇을 잃게 된다그리고 때로는 삶의 진주들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19. p.343)


니체는 인간관계를 아름다운 동판화에 비유하며, 지나친 친밀함이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마치 손으로 자주 만져 닳아버린 동판화처럼, 인간관계 역시 지나친 접촉으로 인해 실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래전 나는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쓰다가 오히려 상처받고 지쳐버린 경험이 있다. 상대방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해 나의 모습을 꾸미고, 상대방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진정한 나를 잃어버린 것이다. 마치 물감이 섞여 본연의 색깔을 잃어버린 듯, 나의 개성과 가치관이 흐릿해졌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관계를 통해 성장하고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모든 관계가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가까운 관계는 오히려 개인의 독자성을 훼손하고,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마치 숨 막히는 공간에 갇힌 듯, 자유롭게 숨 쉬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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