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이 주는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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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 우리는 이상을 보는가 - 유능한 사람은 모두 자신의 유능함에 도취되어 그것에서 자유롭게 벗어나 밖을 내다볼 수 없다. 만약 그가 그 외에 불완전한 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는 그 미덕 때문에 어떤 정신적-도덕적 자유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결함은 이상을 바라보게 되는 눈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Ⅱ』,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미기 옮김,책세상,2019. p.61)
우리는 흔히 능력 있는 사람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들은 사회에서 성공하고, 부를 축적하며, 존경받는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니체는 이러한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그는 "유능한 사람은 모두 자신의 유능함에 도취되어 그것에서 자유롭게 벗어나 밖을 내다볼 수 없다"라고 말하며, 뛰어난 능력이 오히려 사람을 맹목적인 상태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뛰어난 능력은 분명히 강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강점은 동시에 우리를 옭아매는 족쇄가 될 수 있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며,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리기 쉽다. 마치 돋보기로 한 점만 집중하듯, 자신의 능력에만 집중한 나머지 다른 가능성이나 더 큰 그림을 보지 못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뛰어난 비전과 창의성으로 애플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지만, 동시에 완벽주의적인 성격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기도 했다. 잡스는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부하 직원들에게 요구했고, 이는 많은 갈등을 야기했다. 잡스의 경우처럼,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신의 기준에 맞춰 다른 사람들을 몰아붙이고, 결국 고립될 수 있다.
니체는 우리의 결함이 이상을 바라보게 되는 눈이라고 말한다. 즉, 우리의 부족함이 오히려 우리를 더욱 성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완벽한 사람은 성장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부족함을 인지하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다. 마치 빈 그릇이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듯이, 우리의 부족함은 더 큰 가능성을 향해 열려 있는 것이다.
우리는 능력을 추구하는 동시에, 우리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능력은 우리에게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진정한 행복은 능력의 크기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