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된 순간이다. 아니지, 아빠가 되고 난 후 처음으로 자식을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된 순간이다. 온갖 잡생각이 난잡하던 내 머릿속이, 12시 11분을 기점으로 아주 깨끗해졌다. 지금 이 상황에만 오로지 집중하게 됐다. 겪어본 적 없는 느낌이 들었다. 생긴 것도 비슷한 게, 내 복제 인간이 생긴 것 같았다. 반가웠다. 아내는 무탈한지 걱정도 되었다.
아직 태지가 묻어있는 얼굴이 갓 태어났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살려달라고 몸부림치듯 파르르 떨면서 울고 있었다. 신생아는 직접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원래 이렇게 작은지도 몰랐다. 안아주고 싶었다. 아기의 몸상태는 아주 좋다며, 간호사님이 아기의 몸 구석구석을 설명해 주셨다. 아내도 건강하다고, 수술 후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곧이어 담당 의사님이 오셔서 수술 경과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약 한 시간 정도 회복시간을 갖고 입원실로 이동할 거라고 하셨다.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의사님이 한 시간 동안 점심을 먹고 오라고 하셨다. 점심을 먹고 싶은 생각보다 아내에게 꽃을 사주고 싶은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 나와 내 아내의 삶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는 이 순간을 축복하고 싶었다. 근처 꽃집을 검색해서 찾아갔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았다. 한 군데 문을 연 곳을 발견해서 꽃 세 송이를 샀다. 그리고 다이소를 들려 꽃을 꼽아놓을 컵을 샀다. 아내가 올 입원실에 미리 가서 꽃병에 물을 붓고 꽃을 꼽아두었다.
입원실에서 다시 수술실로 내려왔다. 아내의 회복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약 20분 정도 기다리니, 수술실 문이 열리고 아내가 누워있는 수술 침대가 나왔다. 간호사님 다섯 분 정도가 같이 계셨다. 아내가 울고 있었다. 많이 무서웠나 보다. 아기는 괜찮은지 물어봐서, 아주 괜찮다고 몸무게도 정상이라고 말해줬다. (출산 직전 검진 때 몸무게가 적게 나간다고 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처음 겪는 수술 과정들이 너무 무서웠을 텐데.. 같이 겪어주지 못해서 너무나 미안했다. 입원실로 와서 침대를 옮기고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꽃도 보여줬다. 고생 많았던 아내가 많이 안쓰러웠다. 엄마가 생각났다. 우리 엄마도 이렇게 무서웠을 텐데.
지한아. 아직 너를 본 지 3일밖에 안되었지만, 벌써부터 아빠의 머릿속은 너로 채워져 가기 시작했어. 네가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아빠이고 싶어. 그리고 너의 이름의 뜻처럼, 네가 그저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굳센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세상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앞으로 우리에게 생길 많은 일들을 엄마와 함께 슬기롭게 헤쳐나가자! 세상에 나온 걸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