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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경 Sep 08. 2018

8. 사랑이 가고 내 눈에만 비가 오는 날이 많아졌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사람은 나다.


사랑이 무엇인지도 알기전에 누군가와 헤어진다는 것, 정말 슬픈 일이죠.

사랑이었는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는데 헤어지고 마음이 아파요.


그 대상이 연인이든, 가족이든, 지인이든 누구든 마찬가지입니다.


살면서 우리는 만남의 연속과 동시에 누군가와 끝없이 이별을 해요.

이별, 두 단어만으로도 마음이 축축해지곤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고 나면 우린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해

그토록 간절히 바라고, 왜 몰랐었는지 슬프고 가슴이 찢어집니다.


그 사소함, 그 하찮음이 왜그리 마음을 아리게 할까요.

왜 헤어져야만 그걸 알 수 있는걸까요.

우린 헤어지기 전엔 알 수 없는걸까요?


만날땐 당연하게 느껴지던 많은 것들.


아침에 눈 떠서 눈 감을때까지 나눈 연락

밥 먹었냐고, 뭐 먹었냐고 귀찮기까지 하던 질문

주말이면 당연하게 만나 함께했던 시간

눈 마주치면 서로 씨익 웃어보이던 얼굴

자연스럽게 마주잡았던 그사람과 나의 손

비오는 날 굳이 한 우산을 고집하며 젖었던 어깨

싸우고 토라지면 풀어주려 애쓰던 애교

힘든날에 의지가 되어주던 든든한 품

어디론가 숨고싶을만큼 힘든날 내 눈을 닦아주던 손가락

사랑해라고 말해주던 예쁜 입술


이 모든것들이 한 순간에 없어져요.

그 사소한 것들, 그 당연한 것들이

이별로 인해 더이상 사소하지도, 당연하지도 않게 만듭니다.


당연하게 하던 연락도 할 수 없고

어디에 있는지, 무얼 하는지, 누굴 만났는지

무슨일이 있었는지 물을수도 없어요.


얼굴도 볼 수 없죠. 더 마음아픈 건 그 사람이

내게 했던 행동과 말을 다른 누군가에게 할 것이란

상상만으로도 숨조차 쉴 수 없어요.


그렇게 사랑하던 사람을 왜 떠나게 만들었을까요.

왜 그사람은 날 떠났을까요?





잠시 싸운것이라고, 다시 연락올거라고 믿어보지만

이번에는 정말 헤어졌더라구요.

그래서 화가 났다가, 복수해주겠다고 하다가, 그리워하다가

결국은 미워하게 돼죠. 싫어하는게 아니라 미움이요.


차라리 그 사람이 싫었으면 좋겠어요.

근데, 그냥 미워요. 날 보고싶어하지 않아서 날 잡지 않아서

날 찾으러오지 않아서 미워요. 그래서 다시 와주길 바라요.


그러다 어느 날, 나도 그 사람을 잊어버릴 날이 오겠죠?

어느날이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미움조차 사라져 완전히

헤어진 그 날이 오겠죠.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하지만 이별했을 그 당시에는 그런거 믿을 수 없어요.

괜찮아 질 것이란 것, 곧 다시 다른 사람을 만날 것이란 걸

경험하고 알고있으면서도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을 시로 써봤답니다.


.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염증이 났습니다

시간의 연고도 위로의 밴드로도 쉬이

가라앉지 않는군요.


더디게 더디게 나아지다 흉터로 남을 겁니다.

욱씬거릴때마다 시린 뒷모습이 생각나겠지?

나의 눈에만 비가 내리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에겐 보이지 않을, 나에게만 보이는

사랑이라는 염증.




염증으로 아픈 분들, 흉터로 남아 욱씬거리는 분들.

그래서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눈에서 자꾸 비가 오는 분들에게

이별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


언젠가 염증도 가라앉고, 흉터도 작아져 보이지 않을
그런 날이 올 거예요. 비가 오는 날에도
나의 눈은 화창한 날이 올 거에요.
그러니 조금만 아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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