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돌을 놓다 보면 결정적 실수로 이기고 질 때도 있지만 서서히 기세에 눌려 승부가 나기도 한다. 물론 내가 하수인 탓도 있다. 희한하게도 한발 물러나서 보면 다른 이들의 행마에 자잘한 실수들이 참 잘도 보인다.
삶도 자각하지 못할 뿐 이런 소소한 터닝포인트들이 분명 수없이 존재할 것이다. 그때마다 성공적 선택을 하기란 인간이라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런 일의 대상이 당신들의 자녀라면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작은 것들을 놓치면서 큰 무엇인가를 이룰 수는 없는 일이다. 삶은 차곡차곡 쌓인 것들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억지로 잡아당기란 말도 아니다. 좋지만 조금은 귀찮고 약간은 어려우며 견뎌내야 하는 것들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하는 태도를 취하라는 것이다. 당장 쓴 것이 나중에 좋은 밑거름이 됨을 아이들이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눈앞에 보이는 유혹들에 혹하기 마련이다. 매번 자극적인 것에 손을 내밀도록 내버려 둔다면 자녀가 자랐을 때 탄식할 일만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조금이라도 노력하는 태도를 보일 때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줘야 한다. 칭찬과 웃음이 아닌 인정과 격려가 필요한 것이다.
드라마틱한 인생 변곡점은 대부분 긍정적 상황으로 개선되기보다 극단적 악화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큰 장밋빛 삶을 꿈꾸는 일이 허망하고 위험한 이유이다.
자녀가 어릴 적부터 소소한 터닝포인트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노력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 준다면 좋을 텐데. 부모 세대들도 그러한 일을 유년시절에 겪어본 이들이 적으니 막막할 것이다. 그럼에도 자녀의 자유로운 비상을 바란다면 앞서 언급한 부분을 놓쳐서는 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