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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Jul 08. 2024

갈수록 마음이 무겁다.

손발이 묶였으니

이 녀석에게 빚이 있는 것은 아니나 해야 할 책무를 등한시 하나 싶어 이 녀석의 무기력함에 나도 딸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녀석은 모든 게 제멋대로이다. 거부? 라기보다는 정확하게 회피해도 됨을 본능적으로 알아챈 듯싶다. 권유할 뿐이지 강요가 불가능한 작금의 교육현장에서는 물론 이 녀석뿐만 아니라 다른 녀석들도 강도와 빈도의 차이일 뿐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식판에 김치나 후식만 담는 녀석이 있었다. 서너 달 그런 모습을 목격한 아이들 중 일부가 이 독특한 녀석의 행위가 통용된다 착각한다. 내버려 둘까 하다 급식이 엉망이 될 것이 훤히 보여 딱 두 마디만 했다.

앞으로도 급식을 그렇게 먹는다면 가정으로 이 사실을 알린다는 점,

학급운영비로 구입하여 나눠주는 간식에서 배제시키겠다는 점.

그제야 이 녀석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절대 허용되지 않음을 파악한다.


이 녀석은 학습은 고사하고 수업시간 자리에 앉는 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 책상 위에 책을 꺼낸 적이 언젠가 싶다. 생활 태도는 정말 엉망진창이고 또래들과 어울리지도 못한다. 내가 말하는 권유나 지시는 가뿐히 무시하는 초등 2학년을 보고 있자니 갑갑할 따름이다. 겪어보지 못한 이 녀석에게 몰두하면 안 될 듯싶어 내버려 두니 다른 녀석들의 행동도 엉망이 되어가려 한다.

"해서는 안될 행동과 해야 할 행동을 구별할 나이는 되지 않았냐!"며 겨우 다잡고는 있으나 난장판은 시간문제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그냐는 말이 있지만 항아리도 깨어버릴 기세로 덤비는 세태이다 보니 정말 장은 못 담그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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