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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기준 May 03. 2020

자녀의 퀀텀 리프를 시작하는 법

흔들리지 않는 영어공부는 적응이 관건이다

pixabay.com


우리 주위엔 수많은 영어교육 선택지 가 있다.


영어를 문장으로 기억하는 ‘통문장영어’부터 독서 영어, 그림 영어 등등. 각각의 커리큘럼에 따른 성공적인 영어 학습법이라고 광고하며 지도하는 기관들이 많다.

주변의 어떤 흔한 배움터를 보아도 독립적인 교육과정을 가진 좋은 기관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신중히 생각해야 할 부분은 모든 배움터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익히기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학부모님께 강조하여 말씀드리는 부분 중 하나를 전하고 싶다.


 학부모들은 아이의 학습 결과물에 대해 신속히 확인하고 싶어 한다. 특히 영어는 더욱더 그렇다. 이해는 하지만, 영어는 쉬운 표현으로 ‘정복’이나 ‘마스터’라는 단어를 쓰기엔 너무 방대하다.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생 공부를 해야 할지 모른다. 무엇보다 목적에 따른 학습 성취도 또한 자세히 나누어져야 한다. 그때그때 맞는 적절한 목표에 따라 성취하는 방식이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지도한 ‘러브’라는 학생이 있다. 흔히 말하는 ‘애살맞은’ 학생이었다. ‘애살맞다’ 는 표준어는 아니며 부산의 사투리로 ‘특히 스스로 공부를 잘하거나 열심히 하려고 하는  어린 학생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주로 능동적 학습을 하는 친구에게 많이 사용하는 말이나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에게 주로 사용한다.  여차저차해서 지도하는 학부모의 지인의 자녀로 지도하게 되었다. 어학원도 다녔고 과외도 했으며 미술영어 이후 최근에 영어도서관에서 책 읽기만 했다고 하셨다.


러브에겐 이미 다섯 번째 학원이었다. 효과적인 지도를 위해 몇 가지 질문이 이뤄졌다. 어머님이 답하길


"결과물이 보이질 않고 무엇보다 러브의 습득이 느린 거 같아서요."


라고 말씀하셨다. 이후 공부할 학생인 ‘러브’와도 얘기를 나눴다. 필자는 원래 이전 학습 상황을 먼저 질문한 후 함께 공부하게 될 학생과도 대화를 나눈다.


비교적 어린 시절 여러 학원을 다녔던 아이들과의 상담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다들 하나같이 영어를 부담스러워하고 빨리 잘 해내야 하는 반응이다. 러브도 마찬가지였다. 이유를 생각해 보면 옮기는 학원에 따라 적응을 강요받아야 하고 너무 많은 교육과정이 내 아이를 혼란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다녔던 교육기관들이 하나하나로 봤을 때 좋은 기관일 것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다만 기관에 따라 학생의 학습을 관리하는 내외부에서의 문제가 특별히 없다는 전제하에 최소한 6개월에서 1년은 아이가 어떻게 적응해 나가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내 자녀에게 더 좋은 교육기회를 주고 싶고, 보다 이른 상황에서 눈앞의 결과가 보여야 부모님들이 만족한다는 사실을 이해는 한다. 많은 교육 기관들의 눈높이도 공부하는 아이보다 부모님들의 기준에 부합하려 하는 것을 더 고려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다. 하지만 공부를 직접 하는 내 아이는 어떨까?


눈높이가 학생이 아닌 어른에게 맞춰져 있으니 자녀가 혼란스럽게 여길 뿐이다. 오히려 발견되어야 할 내 아이의 좋은 가능성 및 특징들도 살펴보지 못하여 정말 내 자녀에게 적합한 방법을 알아보지 못한 채 흘려보내는 것도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론 상담 후 러브를 지도하진 않았다. 이유인 즉슨 아이가 영어라는 대상에 대해 너무 힘들고 부담스러워하고 있었고 필자의 판단은 당장의 공부보다 앞으로 가야 할 긴 여행에 설렘을 먼저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들은 이야기지만 러브는 결국 원어민 선생님과 개인수업을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속으론 안타까웠지만 잘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심은지 5년째가 된 대나무는 눈에 띄는 성장 정도가 아니라 폭발적인 성장 ‘퀀텀 리프(quantum leap)’를 시작하게 됩니다. 대나무 마디마다 ‘생장점’이 있어 하루에 1m 가까이 자라며, 대나무의 1시간 길이 생장속도는 소나무 30년 길이 생장에 해당합니다.’  


<브런치 by 봄이 아빠 오재현>


필자는 지도하는 학생들이 대나무의 성장처럼 공부했으면 한다. 때로는 유연하게, 비바람에 꺾이거나 부서지지 않고 무럭무럭 잘 성장하는 대나무 말이다.


대나무의 폭발적 성장의 바탕에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땅의 외부에서의 대나무 죽순은 그대로인 거처럼 보이겠지만 보이지 않는 아래에선 엄청난 에너지 응축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자녀의 영어공부도 마찬가지다. 좋은 환경에서 양분을 잘 흡수하고 이후 에너지를 응축하여, 특정 시간의 위치에서 폭발적 성장을 이뤄내려면 불필요한 방해는 없야 한다.


‘퀀텀 리프’ 전의 잠재적 시간을 잘 기다려 주어야 하는 것은 내 아이가 아니라 부모와 아이를 지도하는 선생님들이다. 100도가 되어야 물이 끓는데 90도 언저리에서 자꾸 불을 조절하면 물이 끓을 수 있을까? 항상 발화점 이전의 몇 도를 기다려 주지 못하여 아이들은 목적을 잃은 체 적응에만 힘쓰다 체력을 다 쓰고 마는 것이다.


부모님의 입장에서 보면 내 아이를 위해 더 좋은 학원을 보낸다고 간단히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선택에 앞서 내 아이의 성향이 충분히 고려되었는지, 아이의 피드백을 어디까지 받아들여 지도에 활용할지는 부모님만의 코칭 기준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아이를 담당하는 선생님은 어떤 교육관을 가졌는지 학원이 학생들과 함께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 지점이 내 자녀에게 적합한지 등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생각하고 헤아려야 할 부분은 적응력이다.

아이가 학원에 가서 적응하는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6개월을 다녔는데 효과가 없는 거 같아서요."


실질적으로 등원한 기간은 6개월이지만 확실히 배움을 받아들인 기간은 3, 4개월 일 것이다. 개인별 적응력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평균적으로 한 학원에서 공부하기가 편해지기 시작한 시점은 등원 후 최소한 1달 또는 2달의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반에서 보는 친구들 얼굴도 익혔을 것이고 선생님의 지도에 대한 이해도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선생님으로서 부모님께 부탁하고자 하는 말은 아이가 겪는 적응에 필요한 노력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환경의 변화는 좋던 싫던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어느 교육기관을 가도 공부를 잘해요."


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 거로 생각한다.

이 말은 아이가 공부하는 기관에 적응을 잘한다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그만큼 적응이 배움에 있어 중요하다.


자녀가 적응을 잘하게 도와주는 방법은 간단하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기다려 주는 것이다. 공부하는 내 아이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공부를 시작할 상황이라면 모국어 사용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자녀의 의사표현에 신뢰를 바탕으로 더욱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생각보다 더 훌륭하다. 부모는 자녀에게 요구하지도 않은 기회를 먼저 줄 것이 아니라 결정과 선택에 앞서 자녀의 생각을 주의깊게 들으려 하는 자세가 더 필요하다는 말이다.  


흔들림 없는 공부는 자녀 대한 신뢰와 기다림이 먼저다. 몇 발짝 물러서서 지켜보되 부모의 결정에 의한 수동적 공부가 결코 되어선 안 된다. 부모의 조바심과 욕심으로 이끌어 가기엔 너무 긴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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