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하나, 삶 하나
"60년 넘게 살아오는 동안, 생활에 필요한 모든 사항은 그때그때 허둥지둥 대응하기보다 어느 정도 예측하고 습관화하고 시스템화하는 편이 더 편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 무레 요코, 『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살다 보면 별일 아닌 일들이 의외로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다. 아침에 나가기 전 어디에 뒀는지 기억나지 않는 지갑을 찾아 방 안을 헤매거나,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오늘 저녁으로 먹을 반찬거리가 하나도 없을 때, 혹은 매번 출근길마다 같은 가방을 열고 필요한 물건을 꺼내면서도 왜 이렇게 어지러운지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 그런 작고 반복적인 불편들이 하루의 기분을 좌우하고, 어느 순간엔 피로와 짜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나는 그런 일들을 겪을 때마다 ‘이걸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하는 마음이 들곤 했다. 정리되지 않은 공간, 제멋대로인 시간표, 매번 다급하게 찾아보는 서류나 물건들. 이런 것들이 어쩌면 내가 생활을 ‘시스템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걸, 그리고 그로 인해 내가 생각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아차렸다.
생활을 시스템화한다는 건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거나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주 사소한 것들, 이를테면 정해진 자리에 물건을 두는 것, 한 주의 식단을 미리 계획하는 것,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순서로 아침을 준비하는 것 같은 소소한 루틴들이었다. 처음에는 귀찮고 반복되는 것 같아도, 그 루틴은 생각보다 큰 정신적 여유를 만들어줬다.
예를 들어 나는 매주 일요일 저녁이면 주간 식단을 간단히 적어본다. 냉장고에 뭐가 남았는지 살펴보고, 그 주에 한두 번은 외식할 가능성도 고려해 빈 칸을 만들어 둔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이면 하루 일과 중 꼭 필요한 일 세 가지만 메모한다. 그 이상의 리스트는 오히려 나를 주눅 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건은 자리를 정해 놓고, 사용한 후엔 다시 제자리로. 단순한 원칙이지만, 한 달쯤 지나면 이 행동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일’로 자리잡는다.
내가 깨달은 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늘려나가는 것이 생활을 윤택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 여유 안에서 비로소 진짜 생각해야 할 일들에 집중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나의 감정과 만나는 일. 그런 순간들이 가능해진 건 ‘허둥지둥’하지 않게 된 일상의 시스템 덕분이었다.
혹시 지금 당신이 아침마다 반복되는 무언가에 피로감을 느낀다면, 그것이 시스템화되지 않은 삶의 작은 구멍일지도 모른다. 그 구멍은 하루의 기운을 빼앗아가고, 결국 한 주의 결을 흐트러뜨린다. 그러니 오늘 저녁, 집에 돌아가면 가장 먼저 매일 사용하는 물건 하나만 제자리에 놓아보자. 다음 날 아침, 그게 나를 반갑게 맞이하는 경험을 해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나의 하루는 조금씩, 꽤 괜찮게 바뀌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