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아세요?
벚꽃은 활짝 피어 있을 때도 물론 아름답지만
더 이상 힘에 부쳐 바닥으로 떨어지는 그 순간이
훨씬 아름답다는 것을요.”
— 『모든 순간이 너였다』 하태완
벚꽃잎이 바람에 휘날려 바닥에 쌓이는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본 적이 있다. 누군가는 끝이라 말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 장면에서 오히려 시작을 느꼈다. 나무에서 떨어져 나와 자유로워진 그 꽃잎들은 비로소 자기만의 리듬으로 세상을 떠돈다. 흩날리는 동안, 짧은 생의 마지막을 조용히 불태운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가장 빛나 보이는 순간만이 아름다움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내려놓는 순간, 끝내 붙잡던 것을 놓는 용기를 낼 때, 우리는 더 깊은 울림을 남긴다. 피어나던 날보다 지는 순간이 더 찬란한 이유는, 그 안에 감춰진 삶의 무게와 고요한 수용 때문이다.
무언가를 떠나보낼 때, 관계의 끝에서, 계절의 경계에서 우리는 자주 슬퍼한다.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바라보면, 떨어짐은 또 하나의 피어남이다. 땅에 닿은 꽃잎이 다음 해의 거름이 되듯, 끝은 다음 아름다움의 씨앗이 된다.
삶의 어느 페이지가 저물고 있다면, 지금 내가 무너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것 역시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다. 흩날리는 벚꽃처럼, 조용히 나의 빛을 남기며 이 순간을 살아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