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중인 작품, 나라는 존재

by 선율

"모든 감각과 모든 생각이 뇌에 흔적을 남기고 당신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오늘의 뇌는 어제의 뇌와 똑같지 않다. 한마디로 뇌는 늘 진행 중인 작품이다."
– 안데르스 한센, 『집중하는 뇌는 왜 운동을 원하는가』


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셀 수 없이 많은 자극에 노출된다. 햇살이 창으로 스며들고, 커피 향이 부엌을 감싸며, 휴대폰 화면 속 문자들이 오늘 하루의 방향을 결정짓는다. 이처럼 반복적이고 사소해 보이는 일상이 사실은 뇌의 신경망에 미세한 흔적을 남긴다. 감각은 단순한 정보 수집의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뇌를 조형하는 도구이며, 우리를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변화시킨다.


우리가 맡는 냄새, 듣는 소리, 보는 풍경은 모두 감각기관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그리고 이 자극은 뉴런의 연결 방식을 바꾸며, 감정과 기억, 판단의 패턴에 영향을 준다. 이를테면 매일 아침 헬스장 러닝머신 위에서 들었던 음악은 뇌 안에 특정한 감정과 결합된 기억으로 저장된다. 그 순간의 심박수, 호흡, 땀의 온도가 모두 복합적으로 각인된다. 뇌는 그 감각의 배열을 하나의 경험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다시 다음 선택을 준비한다. 뇌는 단지 생각의 기관이 아니라, 감각과 활동을 받아들이며 살아 있는 존재처럼 끊임없이 자신을 다시 쓰고 있다.


이것은 일상의 직업적 역할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반복되는 회의, 문서 작업,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뇌를 재구성한다. 상사의 말투 하나, 동료의 표정 하나, 내가 사용한 단어 하나가 뇌 속에 신경학적 흔적으로 새겨진다. 어떤 날은 말 한 마디에 깊은 감정의 물결이 이는 날도 있다. 그러한 경험은 단순히 마음에 남는 것이 아니라, 뇌라는 생물학적 공간에 구조적으로 남아 다음 선택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상황에서도 매번 조금씩 다르게 반응하고, 조금씩 다르게 결정한다.


우리의 뇌는 기억의 창고가 아니라 감각의 공방이다. 매일의 활동이 도구가 되어 뇌를 조각하고, 삶이라는 이름의 조형물이 천천히 완성되어 간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같지 않은 이유는, 내 뇌가 하루하루의 감각을 받아들이며 유기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지만, 매 순간 우리의 뇌는 오늘이라는 시간을 새기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나'라는 존재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계속해서 다시 만들어지는 감각의 흔적이다. 아침의 커피 향, 운동 후의 근육 통증, 눈물 머금은 대화, 웃음이 번진 순간들. 모든 감각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다시 쓰고 있다. 뇌는 지금도 작품이 되는 중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진행 중인, 단 하나뿐인 나의 이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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