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흔적으로 빚어진 하루

by 선율

“모든 삶에는 수백만 개의 결정이 수반된단다. 중요한 결정도 있고, 사소한 결정도 있어. 하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할 때마다 결과는 달라져.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생기고, 이는 더 많은 변화로 이어지지…”
― 매트 헤이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살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만약 그때 다른 길을 택했다면, 지금 나는 어디에 있을까. 낯선 도시의 어느 좁은 골목을 걷고 있었을 수도 있고, 누군가의 다정한 목소리에 둘러싸여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은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한 번밖에 누릴 수 없는 단 하나의 흐름이다. 매 순간의 결정은 이전의 나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만든다. 아주 작은 망설임조차, 오래도록 가슴에 흔적을 남긴다.


우리는 매일 무수한 갈래길 앞에 선다. 식탁에서 무엇을 먹을지부터 시작해, 그날 어떤 말을 할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누구의 손을 잡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어떤 선택은 그저 하루를 장식하고, 또 어떤 선택은 한 생을 기울여야 할 항로가 된다. 그리고 그 모든 갈림길에서 나를 밀어주는 것은 늘 비슷한 것들이다. 가슴속에서 조용히 울리는 느낌, 오래전 어른들이 남긴 말, 그리고 한두 번의 실패에서 길어낸 나만의 기준. 그것들은 때로 논리보다 정확하고, 타인의 조언보다 단단하다. 왜냐하면 그건 내 안에서 자라난 것들이기 때문이다.


결정은 언제나 약간의 두려움을 동반한다. 선택하지 않은 삶이 어쩐지 더 반짝거려 보일 때도 있고, 지나간 순간에 되묻고 싶은 충동도 찾아온다. 하지만 그 수많은 갈등 속에서도 한 가지 분명한 진실이 있다. 그 결정들을 거듭해온 결과로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는 것. 미세한 판단의 조각들이 모여 내가 현재 서 있는 이 지점을 만든 것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인생은 큰 선택보다도 작은 선택들의 반복이라고. 나는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고 싶다. 그 작은 선택들을 아무도 대신해줄 수 없기에, 그것은 나만의 발자국이 되어간다고.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영혼은 그 흐름을 따라가며 고유한 길을 만들어낸다. 누가 내게 물었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느냐고. 나는 정확히 대답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수많은 결정들이 내가 아닌 누군가의 것이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나는 없었을 거라는 사실이다. 때론 후회도 있었고, 흔들리는 날도 많았지만, 그 모든 순간을 통과해 나아간 이는 결국 나였으니까.


삶은 어떤 거대한 설계도 없이 진행되는, 매 순간이 새롭게 그려지는 지도와 같다. 중요한 건, 그 펜을 쥐고 있는 손이 누구냐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안다. 내 손은 언제나 이 삶을 향해 무언가를 그려왔다는 것을.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의 모든 결정은 결국, 나의 존재를 향한 작고 단단한 응답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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