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도 향수처럼 디스커버리코너가 있습니다
견물 생심이라는 말이 있다
친구의 생일 선물을 사러 쇼핑몰에 가면
어찌하여
평소 관심도 없던, 말린 장미향의 방향제가 그날따라 꼭 필요한 것일까
선물 받을 친구의 취향은 간데없고
내가 꽂힌, 말린 장미 향 방향제를 네 개 (친구 것은 고작 하나 나머지 셋은 내 거 엄마 거 언니 거)를 들고
먹이를 사냥하고 돌아오는 암사자처럼
의기양양 귀가 하는 것일까
온라인도 크게 다를바가 없다
전혀 생각지도 안았던 것을 보고 클릭클릭 장바구니가 가득찬다
내가 분명 구글 검색창에서 검색하려던 것과 무관하게
어느 순간 연예인의 가십을 읽고 있고
세상에서 가장 무의미하다는
연예인 걱정을 하고 있다
이왕 길을 잃어야 한다면 도서관에서 하자
견물 생심 한 마음이 무해한 곳은 도서관이다
책 7권을 마음껏 쇼핑하고(남편과 아이들 아이디까지 다 하면 28권을 빌릴 수 있다)
욕심에 양껏 골라모은 책을 어깨에 이고 지고 집에 오면 포만감에 뿌듯하다
심지어 공짜에 신상(신간) 코너도 있다
포만감을 느끼기에 가장 적합한 서가는 단연 000 총류이다
백과사전처럼 온갖 지식을 뷔페처럼 즐길 수 있는 곳
오늘은
000 총류에서 길을 잃고 과소비를 해보자
001-099
혹여
005 프로그램 및 데이터 칸으로 잘 못 발을 들였다면
자연스럽게 한 바퀴 돌아 뒤편 080 총서로 가면 된다
컴퓨터의 메타데이터 창을 실수로 눌렀을 때, "X"를 눌러 자연스럽게 빠져나오면 되듯이
서두르면 서툴러 보이니 눈을 정면을 바라보고
숨을 고르며 옆칸으로 이동하면 된다
컴퓨터 C 언어와는 영원히 소통 불가라 미안하지만
말이 통하는 곳의 방대한 지식부터 탐닉하자
080에는 제목만 읽어도 유식이 7% 상승하는 것 같은 책들이 있다
총서 코너에 제목만 훓었을 뿐인데
이 정도의 포만감 이라니
다행히 오늘은 애들 아이디가 연체 중이라서 4권만 빌릴 수 있었음에 안도한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건 안비밀이다
총류에서 신나게 쇼핑하고 지나다가 실수로 600 예술 코너 앞의 미술 드로잉 책을 발견하고 말았다
역시 오늘도 길을 잃었지만
도서관이라 안도한다
나의 두부 멘털을 위해 '실행 가능한 최소 행동 단위'의 미니 드로잉에 도전해 보기 위한 합리화로
당당히 뽑아 들었다
080코너는 깊이 있는 주제를 맛볼 수 있는..
향수로 치면 '디스커버리 세트'처럼 모아놓은 맛보기 컬렉션이다
인공지능과 AI가 나보다 내 취향을 잘 안다는데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확증편향에 빠지기 쉬운 오늘
새로운 알고리즘 개척을 위해
도서관 000 견학을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