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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마음 Jan 14. 2022

[어른도 그림책] 본성으로 살고 있는가

<블레즈씨에게 일어난 일>(라파엘 프리에, 그림책공작소, 2020)





<블레즈씨에게 일어난 일>(라파엘 프리에, 그림책공작소, 2020)




어느 날 갑자가 당신의 몸에 털이 북슬북슬 나 곰으로 변한다면.


<블레즈씨에게 일어난 일>은 ‘오늘도 서둘러 집을 나서는 당신에게’라며 회사원 블레즈 씨에게 일어난 일을 보여줍니다. 블레즈 씨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월요일, 잠에서 깬 블레즈 씨는 평소와 달리 이상하다고 느낍니다. 블레즈 씨는 침대에서 내려와 슬리퍼를 신으려다 자신의 발이 온통 털로 덮여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하지만 블레즈 씨는 회사에 가야 하니까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지요. 회사에서는 자신에게 난 털을 잊기 위해 일에 더 집중하기도 합니다. 그는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라며 스스로 다독이기도 하는데요.


블레즈 씨의 바람대로 내일이면 괜찮아질까요?

괜찮아진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곰으로 변해가는 것이 괜찮아지는 것일까요?

평소처럼 자신을 느끼지 못한 채 회사 일에 집중하는 것이 괜찮아지는 것일까요?


블레즈 씨에게 난 털, 하루하루 지날수록, 블레즈 씨가 털을 감추려고 할수록 더 덥수룩 털로 덮여지는 블레즈 씨.

블레즈 씨에게 난 털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곰으로 변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목요일 저녁이 되자 급기야 블레즈 씨는 온몸이 털로 덮여 버립니다.

그리고 밤이 찾아오는데요.

곰으로 변한 블레즈 씨는 그제야 밤이 보입니다.


밤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밤은 고요합니다.

고요함은 자신을 조금 더 들여다볼 수 있게 합니다.

블레즈 씨는 그제서야 자신의 내면을 마주한 걸까요.

다음 날, 완전히 곰이 된 블레즈 씨는 “이제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라고 합니다.


그림책은 바쁜 현대인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습니다.

멈추고 싶어도 삶의 족쇄로 멈추지 못하는 이들을 보여줍니다.

아니 어쩌면 멈춰야 할 때인지도 모르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합니다.

멈춰야 할 때라고 북슬북슬 털이 돋아나면서 신호를 보내는데도 말이지요.

블레즈 씨는 제 몸의 털을 인식합니다.

하지만 그림책에 나오는 동료들은 이조차 모릅니다.

수많은 현대인들이 블레즈 씨도 되지 못한 동료들은 아닐까요.


블레즈 씨에게서 나를 봅니다.

나는 나의 본성대로 살고 있는지.

사회적 가면 속에서 본성을 잃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털이 북슬북슬 돋아나기 전에 나를 보듬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신의 본성대로 살고 있나요?





본성 : 사람이 본디부터 가진 성질. 사물이나 현상에 본디부터 있는 고유한 특성.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함께 보면 좋을 그림책


<잃어버린 영혼>(올가 토카르추크, 사계절, 2018)


<곰이라고요, 곰!>(프랭크 태슐린, 계수나무, 2007)


<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요르크 슈타이너 글, 요르크 밀러 그림, 비룡소,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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