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얏!
여름이가 나의 검지손가락을 앙 물었다가는 얼른 도망간다. 여름이는 간혹, 아주 간혹 내 손가락을 물 때가 있다. 여름이가 손가락을 물었다고 해서 상처가 나거나 아프지는 않다. 뭐랄까, 그냥 엥 물었네 정도의 느낌만 전달된다. 여름이는 처음에만 조금 물었지 최근에는 손가락을 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여름이, 크레가 손가락을 무는 이유는 뭘까.
첫째는 손가락을 살아 움직이는 먹이로 인지했을 때다. 귀뚜라미를 먹이로 줄 때도 살아 있는 개체를 준다. 그러니 사육장 안에 손가락을 넣고 이리저리 움직이면 먹이로 인지할수도. 하지만 먹이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즉시 문 손가락을 놓아버린다.
둘째는 적이라고 판단했을 때이다. 적이 나타나면 본능적으로 자신을 방어하려는 태도가 나타나지 않겠는가. 게코도 마찬가지다.
셋째, 수컷을 두 마리 이상 함께 지내게 하는 경우 공격성을 보인다. 자신을 영역에 침범했다고 판단하여 공격성을 띠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서로 싸우면서 생긴 공격성이 사람에게도 나타나는 경우이다. 가능한 두 마리를 함께 한 공간에 키우는 것은 자제를 하고 다 큰 성체의 수컷은 사육장 자체를 멀리 떨어뜨려 놓는 게 좋다. 여름이는 혼자이니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말이다.
넷째, 핸들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물기도 한다. 핸들링은 주 2-3회 5분정도 짧게 규칙적으로 하는게 좋다. 너무 오래하면 여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 물기도 하고, 오줌을 싸기도 한다.
이외 메이팅 할 상대로 알고 무는 경우도 간혹 있다. 다른 게코를 만졌던 손으로 만지면 그 냄새를 메이팅 할 상대로 착각하여 물기도 한다고 하니 만일 다른 개체를 만졌다면 손을 깨끗이 씻고 다른 개체를 만질 수 있도록 세심한 반려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름이는 움직이는 먹이로 인지했거나 내가 여름이가 귀엽다고 귀찮게 해서 물지 않았을까 한다. 여름이가 손가락을 물고 매달린 채 앙탈 아닌 앙탈을 부리는 모습조차 귀여우니 도마뱀 맘이 다 되긴 했나보다.
그렇다면 크레스티드 게코, 여름이는 이빨이 있을까? 평소 먹이를 먹을 때도 씹지 않고 꿀꺽하고, 슈퍼푸드는 혀로 할짝할짝 핥아 먹는다. 하지만 여름이, 크레는 이빨이 있다.
여름이는 이가 아주아주 작고 독성이 없는 편이라 물어도 상처가 나지는 않고 아프지도 않다. 그래도 물리지 않는 게 최선이다. 문다는 건 여름이가 스트레스 상황이거나 할 때이니 말이다.
크레스티드 게코, 여름이는 177개, 170여 개의 이빨이 참빗처럼 나열되어 있다고 한다. 아주 작은 여름이 입안에 이빨이 저리 많다니. 0.25-0.75mm 정도의 크기라니 가능할 수도 있겠다. 이빨은 태어날 때 이미 다 형성된 상태로 태어난다. 탈피를 하듯 주기적으로 이빨도 빠지고 새로 난다고 하는데 너무 작아 언제 빠지고 언제 새로 나는지 본 적이 없다. 하기야 탈피하는 것도 보기가 쉽지 않으니.
이빨은 먹이를 먹는 데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먹이는 꿀꺽 삼킨다. 그래서인지 먹이를 먹고 나면 꼭 고개를 쳐들고 늑대가 '아웅' 하듯 목 넘김을 한참 한다.
여름아
내일은 맛있는 밥 먹자! 꿀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