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시작무렵이었다. 날이 선선해지면서 거실에 있던 여름이를 방으로 옮겼다. 잠결에 찌지직찌지직 여름이 소리가 들린다. 여름이 소리를 들으며 잘 수 있어 비몽사몽간이었지만 단잠이었다. 두어 시간을 잤을까. 자정이 넘었다. 눈을 뜨자마자 여름이 집을 들여다보았다. 여름아, 하며 인사하는 나를 벽에 붙어서 빤히 쳐다본다. 잠깐 사이 횟대에 오줌을 군데군데 싸 놓았다. 횟대가 까만색이라 여름이 오줌 흔적이 더 잘 보인다. 오줌싸개 여름이.
여름이 집은 최대한 청결하게 유지한다. 내가 외출해서 볼 수 없어 치우지 못했다면 모를까, 옆에 있으면 볼 때마다 오줌을 닦아주고 똥을 치워준다. 횟대의 오줌을 닦기 위해 여름이 집 문을 열었다. 어쩐 일로 벽에 가만 붙어 있는다. 손을 넣어 닦으려니 후다닥 움직인다. 그럼 그렇지. 오줌을 닦는데 순간 여름이가 사육장 밖으로 튀어 나갔다. 얼른 잡아서 넣었는데 순식간에 몸을 홱 돌려 다시 튀어나갔다. 빠르게 움직이는 여름이를 보고 아들을 불렀지만 늦었다. 여름이가 사라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책장 뒤며 커튼 뒤를 샅샅이 찾아도 없다. 장롱 사이 짐들을 다 뺐지만 거기도 없다. 장롱 뒤와 위를 살폈지만 보이지 않는다. 새벽 2시라 이웃에게 피해가 되니 쿵쿵 두들겨 숨어 있는 여름이를 나오게 할 수도 없다. 여름이를 위해 문을 열었는데 오히려 여름이에게 위험할 수도 있는 결과가 되었다. 여름아, 여름아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다. 아침이 밝으면 장롱을 다 들어내서라도 찾아보겠는데 출근을 해야 하니 걱정이다. 아들은 한 달 반 만에 나온 사례도 있다고 기다려 보자고 한다. 지금으로서는 딱히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니 그저 맥없이 기다려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가슴이 조마조마 쿵쾅 쿵쾅. 이 새벽에 대답 없는 여름이만 부른다.
- 여름아~
여름이가 나타났다. 새벽 4시 16분. 2시간여만이다. 먹이 집게로 유인을 해도 꿈쩍을 하지 않는다. 먹이를 주는 분홍 숟가락을 가세했다. 숟가락을 보더니 잠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시답잖다. 그럴 수밖에. 여름이는 이틀 전 밥을 잔뜩 먹은 뒤라 지금 배고프지 않다.
아, 야속하게도
여름이는 다시 장롱 아래 안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