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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링

by 하루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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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아”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게 여름이한테 인사다. 여름이는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지만(나는 여름이가 나를 안다고 생각한다) 나를 보고 쪼르르 내려오거나 유리에 착 달라붙어 눈을 똘망거리며 아는 척할 때는 “귀여워!” “사랑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우울과 무기력한 나날이 연속이었을 때도 여름이로 인해 웃고 여름이로 인해 마음 따듯해지지 않았던가. 사람들 눈에 여름이는 그야말로 미물일 수 있지만, 내게 여름이는 그 어떤 대상보다 따듯한 존재, 그 자체가 위로이자 위안이었다. 여름이 생각만 해도 미소가 절로 지어지니 고슴도치맘보다 더하지 않은가. 그런 여름이를 두고 여행을 간다, 4박 5일. 가족 여행이라 모두 함께 집을 떠나게 되었다. 그동안 여름이 혼자 집에 둬도 될까? 아직은 기온이 아주 높은 한여름이 아니니 괜찮을 거야, 아니야 그래도 혼자 두는 건 좀 불안하기도 해,라는 두 마음에서 왔다 갔다 갈등하다 집 가까이 파충류샵에 호텔링을 하기로 결정했다. 남들이 보기에 참 유별나다 할 수 있지만 혼자 두고 여행을 가 불안한 마음으로 안절부절하는 것보다는 믿고 맡기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서였다.


호텔링은 가족여행, 해외여행 등 조금 긴 시간 또는 급한 일정으로 누군가 대신 여름이(반려도마뱀)를 돌봐주는 것을 말한다. 호텔링을 하는 각각의 샵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부분 파충류 샵에서 전문 브리딩을 해온 사육 노하우로 개체별 컨디션에 맞춘 맞춤형 돌봄을 제공한다. 여름이의 사육장 그대로 온도와 습도, 먹이 루틴을 그대로 지켜준다. 가족여행을 다녀오는 동안 여름이가 스트레스 없이 지낼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섬세한 관리를 해준다. 전에 긴 연휴로 인해 호텔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여름이를 보고 싶은 것 외에는 만족스러웠다.


반려를 하기 전에는 반려인들이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뭐든 경험을 해봐야 상대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거나,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 같다. 반려동물을 사람 키우듯 반려유치원을 보내거나 과한 꾸밈을 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어떤 부분에서는 그런 측면이 전혀 없다 할 수 없지만 여름이를 키우고 난 후로 무조건 삐딱한 시선은 없어졌다 해야 할까. 하나의 생명체로 존중하며 쏟는 반려인들의 정성과 사랑, 아니 그보다 동물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바뀌었다. 반려인에게 반려동물, 반려파충류 등의 반려의 호텔링이 꼭 필요할 때가 있다. 여름이가 꼬리를 절단했던 것도 나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의 무리한 동행이 빚은 사고였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지금쯤 여름이는 잘 지내고 있겠지?

활발할 때는 과하게 활발한 여름이로 인해 옆에 있는 친구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건 아닌지.

여름아, 조금만 더 그곳에서 지내고 우리 3일 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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