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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디자이너 Jan 29. 2024

나 인터뷰 1편_ 뒤적뒤적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낯설기도 하고 친근하기도 한 나와 첫 인터뷰

나 인터뷰는 내가 나를 만나 질문을 하고 답을 들으며 나와 대화를 나누는 스스로 인터뷰입니다.

질문하는 나는 질문의 약자인 Q를 따 ‘큐나’라 부르고,

대답하는 나는 지금의 나 이기에 ‘지나’라 부르겠습니다.


큐나: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지나: 왜 이래. 어색하게…

큐나: 그럼 반발하냐?

지나: 그럼 너무 인터뷰 분위기가 안 나는데… 좀 다정하게 친구처럼 해줄 순 없어?

큐나: 오키도키. 노력해 볼게. 네가 항상 너에게 불친절하길래…

지나: 흠… 너무 나에 대해 잘 아는 거 아냐? 인터뷰가 되겠어?

큐나: 응. 난 네가 진짜 궁금하거든~

지나: 좋아 시작해 보자. 잠깐 따뜻한 커피 한잔만 가져올게.

큐나: 나도~! 네가 좋아하는 걸로 나도 똑같이 한잔 부탁하니다앙~~ (나름 애교스런 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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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나: 자 그럼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해 볼까?

지나: (역시 시크한 말투로 커피만 움켜쥐고 고개만 까딱 한번)

큐나: 처음 만남이라고 해서 식상한 질문 할 줄 알았지? 긴장하라고~

지나: (그러든지 말든지 커피만 홀짝)

큐나: 너에 대해 알고 싶은데 네 옆에 꼭 붙어있는 매니저가 있더라.

지나: 매니저? 내가 연예인이냐? 나 매니저 없는데…

큐나: 널 보면 늘 손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더라고.

지나: 아…


큐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많이 찍어? 어떤 사진을 가장 많이 찍어?

지나: 음… 풍경 사진을 많이 찍는 거 같아. 나 안 나오는? 특히 노을 사진? 응. 노을 사진을 가장 많이 찍는 것 같다.


큐나: 노을 사진은 왜 찍는 거야?

지나: 같은 장소에서 보는데도 매일 다르거든. 매일 봐도 그 모습이 같은 적이 한 번도 없어. 신기하지 않아? 그 색감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고 어느 하루도 같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어서 볼 때마다 신기해서 사진을 찍게돼. 근데 그거 알아? 아침에 안개가 많이 끼는 날엔 노을이 더 예쁘더라.


큐나: 오, 진짜? 과학적 근거가 있는 거야?

지나: 아니 그냥 내 경험으로 그런 거 같다고~ 역시 T야… 거기서 과학이 왜 나오냐…

근데 노을 사진을 찍으면서 항상 아쉬운 점이 있어. 내가 눈으로 본 것만큼 사진에는 예쁘게 안 찍혀… 그 아름다움을 사진에 다 담을 수가 없어서 아쉬워. 그래도 그 모습의 그 노을은 내일 다시 또 볼 수 없으니까 그래도 찍어.


큐나: 정말 너답다. 넌 똑같은 걸 반복하기 싫어하잖아. 그래서 매번 다른 노을이 좋은가 보네?

지나: 그러네. 난 똑같은 거 또 하는 걸 안 좋아해서 매번 디자인도 다르게 하고, 1:1 코칭도 매번 다르게 하지. 난 그게 재미있고 좋더라고.


큐나: 대단하다. 근데 진짜 노을 사진이 많은지 스마트폰 갤러리 한번 볼까?

지나: 뭐냐. 검문까지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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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나: 근데 노을 사진 보다 더 많은 게 있는데?

지나: 뭐지?

큐나: 책 사진. 책 내지를 찍은걸 보니 기록하는 용도인가 보다. 책이 그렇게 좋아? 너네 집에 안방에도 거실에도 책이 참 많아…

지나: 응 난 책이 좋아. 물론 다 읽은 책은 아니지만… 아직 읽을 책이 더 많긴 하지만.. 쉴 때도 책을 읽으면서 쉬고~


큐나: 쉴 때 책을 보는 게 쉬는 거야????

지나: 아무것도 안 하면서 쉬고 있으면 시간이 아까운데, 책을 읽으며 쉬면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는 것 같아서 나 스스로 뿌듯해지는 만족감 때문에 그러는 것 같아.

그리고 외출할 때에도 책을 꼭 한 권씩 들고나가는데, 나가기 전에 어떤 책을 데리고 갈지 고를 땐 설레기도 하지. 오고 가는 길 지하철 안에서 한두 시간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약속하고 만나기로 한 사람이 늦더라도 난 책을 읽으면 되니까 짜증이 안나더라고. 어떤 책을 언제 읽었나 기록으로 남기려고 타임스탬프 앱으로 책 표지를 찍기도 하고, 좋은 책 속 구절도 사진으로 많이 찍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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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나: 그럼 이번엔 좀 더 과학적으로 널 파고들어 볼까?

지나: 과학적으로? 어떻게?


큐나: 바로 너의 매니저 안에 있는 알고리즘님이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보면 네가 요즘 어떤 것들에 꽂혀 있는지 알 수 있거든. 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계정에서 추천 게시물이 어떤 것들이 떠?

지나: 주로 내가 요즘 관심 갖고 공부하는 내용들이 뜨는 것 같아. 
인스타그램에서는 릴스랑 사진촬영에 대해 많이 보고 있어서 그런 인플루언서 릴스가 주로 뜨고 있어. 
또 요즘 트렌드나 기발한 방법들을 보면 신기하더라고.

“아~ 어떻게 이란 생각을 했지?”하는 감탄이 나오는 콘텐츠를 좋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면 내 전구에도 불이 띵~하고 켜지는 것 같아. 인사이트 얻기 너무 좋은 순간이지.

유튜브에서는 내가 일하면서 듣는 찬양이나 설교, 재즈 음악을 많이 봐서 추천으로 많이 뜨더라고. 집중해서 일할 때 재즈 보사노바 스타일의 찬양연주를 많이 듣거든.

단순 노가다를 해야 할 때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아도 돼서 설교나 강의 영상을 보며 배우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어.


큐나: 역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멀티를 하는구나. 오늘 짧은 시간이지만 이렇게 네 매니저를 통해 살펴보니 어땠어?

지나: 난 당연히 이게 많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살 살펴보니 또 다른 데이터들이 나와서 신기했어. 그리고 정말 나에 대한 기록을 이 녀석(스마트폰)이 너무 많이 가지고 있구나 싶어 무섭기도 하네.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도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아서. 오늘 네가 갑자기 네가 나에게 검문을 했는데, 언제 누구에게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은 데이터를 스마트폰에 남겨야겠단 생각도 했어.


큐나: 오늘 이렇게 시간을 내서 나와 이야기 나눠 줘서 너무 고마워. 너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는 시간이라 좋았어. 앞으로 서른다섯 번만 더 만나자!

지나: 응???? 서른다섯 번? 35번이나 더???

큐나: 응~ 난 너무 좋은데~ 너도 나처럼 기대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꼭 내주길 바래. 그럼 다음 인터뷰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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