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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 해찬 Apr 25. 2024

다리가 잘 빠지는 금쪽이

나를 성장시킨 금쪽이


요즘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학급에 금쪽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유치원에도 금쪽이가 있나요?”라고 물어보면 당연히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같은 나이지만 발달이나 지적 능력이 월등히 높은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학급 내에서 2년 정도 학습 차이가 느껴지는 금쪽이도 있다.


우리 반에도 금쪽이가 있었다. 대부분 아이들에게 똑같은 것을 2~3번 정도 반복해서 알려주면 거의 이해하고 알지만 1000번을 반복해서 알려줘도 모르는 금쪽이였다. 학습적인 것은 학급을 운영할 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안전상 계속해서 다친다면 문제가 된다.


이상하게 금쪽이 부모님들은 인정을 잘 안 하시려고 한다. 요즘 심리 검사나 발달 검사 등 많이 나와있어서 한 번 가서 가볍게 검사라도 해보라고 권유해 드렸지만 그냥 흘려보낸다.


앞을 자주 보지 않는 금쪽이었다. 학습을 할 때도 친구를 쳐다보고 있으며, 길을 걸을 때도 눈을 다른 데를 하고 걸어간다. 어느 장소를 가도 항상 다치니 그 아이를 데리고 있으면 항상 긴장하게 된다. 20명이 넘는 교실에서 금쪽이가 계속 다치면 마음이 너무 고되고 힘들다.


진짜 일이 일어난 것은 작년 10월쯤..

바깥놀이를 갔는데 미끄럼틀 난관으로 아이 다리가 빠졌다. 아무리 난관을 열어보려고 해도 다리가 꽉 끼어서 나오지를 못했다. 긴급한 상황이라서 기도가 나오는 것도 처음이었다. 원감님께 전화하고 원감님이 초인적인 힘을 써서 결국 아이의 다리가 빠졌다.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그다음 날 아이의 무릎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 이 사건은 유치원이 생긴 지 22년 만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그날 원감님이 꺼내주시지 않았더라면 119에 전화해 미끄럼틀을 잘라야 했다.


그날 새벽에 4시간 동안 눈물이 멈춰지지가 않았다.

왜 대부분의 아이들은 안 그러는데

금쪽이만 그럴까.

왜 나는 이 아이의 담임이 되었을까.

아이들도 많은데 왜 항상 금쪽이만 다치지..


그 이후 과로와 탈진이 겹쳤다.


금쪽이는 견학을 가거나 행사 장을 가면 항상 다리가 빠지고 잘 넘어지면서 다친다. 차라리 이 아이 혼자 담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 금쪽이를 통해 나 또한 성장했다.

모든 아이들이 다 똑같지 않다는 것을

아이에게 기다려주는 시간을 주기

인내심을 허용하기


금쪽이를 통해 문제 행동을 하는 유아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으며, 아이가 문제가 있는 금쪽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게 되었다. 힘든 순간이었고 떠오르기도 싫은 기억이었지만 그 아이 존재 자체로 그 아이를 존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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