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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글을 작업해보다

나는 언제부터 글을 좋아했을까? - 12

by 시나브로

한때 블로그에는 많진 않지만, 몇몇 사람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글을 게시한 적이 있다. 인터뷰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당시 미디어에서 한 인물을 중심으로 그의 인생사나 특정 사건, 생각에 대해 심도 깊게 들을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았기 때문이다. 라디오나 팟캐스트를 통해 그런 인터뷰 콘텐츠를 들으면서 나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업적이 있는 유명 인사를 만나고 싶기도 했지만, 내 주변에는 평범하지만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었기에 그분들의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었다.


그래서 정중히 요청드려, 블로그에 그들의 삶의 궤적을 기록해보겠다는 취지로 사전 질문지를 작성해보기 시작했다. 1차원적인 질문부터 비교적 깊이 있는 질문까지 나름 고민하며 준비했다. 인터뷰 대상자에게는 “혹시 불편하거나 대답하기 싫은 질문이 있다면 꼭 알려주세요”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렇게 받은 사전 질문지를 바탕으로 나 역시 사전에 조사하고 유의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인터뷰 대상자가 인상 깊게 읽은 책이나 영화, 즐겨 본 콘텐츠가 있다면 가능한 한 찾아보려고도 노력했다.


약속된 시간에 맞춰 카페에서 만나,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며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씩 들을 수 있었다. 사전 질문지를 준비하며 어느 정도 예상했던 답변도 있었지만, 그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는 답변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이어졌고, 예정에 없던 추가 질문도 던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인터뷰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시작했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점점 그 사람의 삶 자체에 집중하게 되었다.


타인을 통해 나 자신을 새로운 거울로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반대로, 인터뷰 대상자 역시 자신의 삶에 대한 질문을 받고, 생각을 직접 말해보는 시간이 의미 있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인터뷰가 끝난 직후, 그 여운이 오래가지 않을까 봐 가능한 빨리 글 작업을 진행했다. 블로그에 올리기 전에는 인터뷰 대상자에게 최종 컨펌을 요청했다. 혹시 내가 잘못 들었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은 없는지, 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수정하거나 삭제하기 위함이었다. 다행히 특별한 수정 요청은 없었고, 블로그에 첫 인터뷰 글이 올라가게 되었다.


글을 읽은 이들의 긍정적인 반응과 추가적인 댓글 질문들이 달리면서 즐거운 경험으로 남았다.

"좋은 글은 좋은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인터뷰 대상자의 좋은 생각을 가능한 한 날것 그대로 담아내려 했고, 그 점이 글을 더욱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게 만들어준 것 같았다. 이후에도 몇 편의 인터뷰 콘텐츠를 더 작업하면서 조금씩, 글쓰기가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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