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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처럼 블로그에 끄적이다

나는 언제부터 글을 좋아했을까? - 11

by 시나브로

처음이 가장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그 ‘처음’을 뚫고 나가면, 한 걸음씩 걸어가는 무게도 조금은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후, 시간이 날 때마다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좋은 글이나 영감이 되는 내용을 공유하려고 노력했다. 작은 블로그였지만, 방문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이웃 신청을 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일부와는 댓글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내 고민에 대한 해답을 기대하기보다는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정도의 댓글이었지만 그 자체가 글을 쓰고자 하는 또 하나의 동기부여가 되었다.

차가워진 온라인 환경 속에서 조금이나마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소박한 공간이고 싶었다. ‘좋아요’나 조회수가 많은 글보다는 비록 소수더라도 공통의 관심사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지향했다. 블로그에 게시글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검색을 통해 유입되는 방문자도 늘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블로그 방문자 수가 급증하고 댓글이 폭증했다. 처음엔 놀랐다. ‘무슨 일이 생긴 거지?’ 여러 댓글 중 하나에서 내 글이 포털 메인에 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블로그에 올렸던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진과 짧은 사연들, 그리고 그에 대한 나의 간단한 생각이었다. 당시 언론과 온라인 포털에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던 시점이었고,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사진과 이야기가 주목을 받은 것 같다. 그렇게 몇 차례 우연처럼 찾아온 메인 노출의 기회는

블로그가 성장하는 기점이 되었다.

의도하지 않았던 노출이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살짝 으쓱했던 마음도 있었다. 마치 내가 가진 ‘능력’ 때문에 주목받은 것처럼 느꼈다. 하지만 그건 온전히 100% 나의 힘만으로 얻은 결과는 아니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꿈 깨자’는 다짐을 하며

다시 내가 해오던 방식대로
내가 기록할 수 있는 것을 담담하게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오롯이 혼자만의 의무감으로 시작한 블로그였지만, 지금은 내 생각을 글로 풀어내고,
지난 기록들을 들여다보며 현재의 나를 다잡는 자료이자 거울 같은 공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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