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부터 글을 좋아했을까? - 10
글과 책을 접하면서 두 가지 마음이 교차했다.
하나는 ‘나도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고,
다른 하나는 ‘내 글이 과연 쓸모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그러던 중, 블로그를 하던 지인이 용기를 줬다.
“블로그는 말 그대로 나의 기록용으로 써도 의미 있어요.
타인과 내용을 공유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기도 해요.”
그 말에 용기를 얻어 곧바로 블로그를 개설해보았다.
블로그 개설까지는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글쓰기 창을 처음 열었을 때였다.
처음 시작을 무엇으로 해야 할지, 어떤 내용을 써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남들은 편하게 글을 쓰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럴까.
아마도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써야 할 것 같다는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
종이에 써서 특정인에게 전달하는 글이 아니라,
온라인이라는 공개된 공간에 내 글이 노출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혹시 모를 표현이 오해를 사진 않을까, 지나치게 해석되진 않을까, 편향된 단어를 쓰진 않았을까.
자기 검열의 정도가 점점 높아졌다.
그렇게 ‘블로그에 글 하나 쓰겠다’고 다짐했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록 몇 줄 적었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길게 썼던 문장들도 중간중간 자기 검열을 거치며 줄어들었고,
결국 처음 의도했던 바와는 조금 다른 형태로 포스팅은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렇지만, 뭐든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그때 시작했던 몇 글자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