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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 마디

나는 언제부터 글을 좋아했을까? - 09

by 시나브로

성인이 되자, 책도 자유롭게 읽겠다는 다짐은 먼지처럼 날아가 버린 기분이었다. 책보다 더 재미있는 물건들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이팟 터치(아이폰의 전신 모델)부터, 스마트폰이라는 녀석이 세상에 등장할 준비를 하던 시기였다. 그래도 책을 손에서 놓고 싶지 않았기에 큼지막한 백팩에 책 몇 권은 늘 넣고 다녔다.

지하철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꺼내 읽곤 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반짝이는 자극들이 내 시선을 자꾸 빼앗았다.

그러던 중, 성인이 되어 찾아온 알 수 없는 공허함과 방황은 그 어떤 것으론도 나를 채워주지 못했다. 스스로에게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었고, 답이 없는 질문 앞에서 멘붕이 오곤 했다. 그렇게 혼자만의 방황을 이어가던 중, 한 권의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정호승 시인의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 마디』라는 산문집이었다. 정호승 시인은 교과서를 통해 시로 먼저 접했는데, 시인이 산문집을 냈다기에 어떤 이야기가 담겼을지 궁금했다. 또한, 나에게도 힘이 되어줄 ‘한 마디’ 시적 문구가 있을까 기대되기도 했다. 이 책은 누군가를 위로하려고 쓴 글이라기보다는 작가 본인의 삶을 돌아보며 자신이 힘을 얻었던 문장을 소개하는 산문집이었다. 여러 문구가 마음에 와닿아 필사 노트에 적어두기도 했지만,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이렇다.


“별을 보려면 어둠이 꼭 필요하다.”
‘별은 밝은 대낮에도 하늘에 떠 있다.
하지만 어둠이 없기 때문에 그 별을 바라볼 수 없다.
우리는 오직 밤하늘에만 그 별을 바라볼 수 있다.’
– 정호승


멀리 떠 있는 별을 바라보며 동경하곤 했지만, 사실 별은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햇빛처럼 강한 빛에 가려 그 별이 보이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그렇게 글을 통해 받은 위로를 가슴에 품고, 흘러간 오늘의 나를 위로하며, 새롭게 다가올 내일의 나를 위해

속으로 한 번 “화이팅”을 외치며, 한 걸음씩 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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