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부터 글을 좋아했을까? - 08
다시 학교로 돌아오니, 언제 그런 여유를 누렸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반복되는 일상에 자연스럽게 적응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종례 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며 일으켜 세웠다.
순간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어섰다. 지난 백일장 대회에서 썼던 시로 상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수상이라 기뻤다. 교내가 아닌 외부에서 주는 상이라 그런지 더욱 좋았다.
그때는 ‘글쓰기에 재주가 있었나?’보다는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하루쯤 학교 빠지고 싶다’는 떡고물에 더 관심이 갔던 것 같다.
시나 문학은 건조했던 내 마음을 촉촉하게 해줄 때가 많았다. 국어 교과서나 언어영역 지문에 실린 글이라도
그 문장이 내 마음을 울리면, 그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건 감상이 아닌 ‘시험’이었다. 화자의 의도를 묻고, 문맥상 들어갈 문장을 고르는 등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언어영역을 익혀야 했다.
가끔 ‘내가 생각한 게 맞는 것 같은데…’ 하는 마음으로 선생님께 질문하러 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출제자의 의도를 잘 파악하라는 말뿐이었다. 언어영역을 공부하면서부터는 책을 읽고 내 생각을 확장하는 일을 줄이려 노력했던 것 같다. 생각이 많아지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고, 상상의 크기를 추정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
시험에서는 상상보다 문제의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꾹 참고, 책보다는 ‘언어영역’을 가까이하며 지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