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부터 글을 좋아했을까? - 07
고등학생 시절, 매일 반복되는 공부 속에서 답답함을 느끼곤 했다.
중학생 때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겠다며 살았지만,
고등학생이 된 후에는 입시와 성적이라는 압박감에
학교 밖보다는 교실 안, 울타리 속에만 머물러야 할 것 같았다.
그러던 중, 평일에 하루 학교를 ‘합법적으로(?)’ 빠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바로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고교 백일장 대회였다.
처음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지만, 학교 대표로 선발되면 하루 결석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마음이 흔들렸다.
게다가 대회 장소도 집 근처 공원이라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산문을 써보고 싶었지만, 운문이 짧은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기 좋을 것 같아
국어 교과서에서 배운 표현법들을 떠올리며 시를 써보았다. (어떤 시를 썼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며칠 뒤, 국어 선생님이 나를 따로 불렀다.
학교 대표로 교육청 백일장에 나가라는 것이었다. ‘아싸, 하루 학교 빠질 수 있다.’
선생님은 대회 당일에 주제가 공지될 예정이라며 잘 준비하라고 응원을 건넸다.
그렇게 백일장 당일, 나는 교복을 입고 학교 대신 공원으로 향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교육청 담당자가 여러 개의 글 주제를 제시했고, 작품을 완성하면
도서관 앞에 있는 담당자에게 제출하라고 했다. 주제를 보고 바로 떠오르는 내용에 맞춰
간단히 문구를 정리했고, 시적 효과를 더하기 위해 단어를 다듬고 수정하며 시를 완성해 나갔다.
맑은 날씨 아래, 천천히 공원을 거닐며 작성한 시를 점검하는 순간이 무척 좋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간과 느낌이 유독 선명하게 남아 있다.
다른 친구들이 모두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을 때,
나는 학교를 벗어나 한낮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작품을 비교적 일찍 완성해 제출한 뒤,
곧장 집으로 가기엔 아쉬워 평일 낮, 사람들의 움직임을 조용히 관찰하며 천천히 집으로 향했다.
주말이면 북적이던 공간이 평일 낮에는 한산하고 고요해서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제출한 작품의 결과는 그리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하루, 잠깐의 자유와 여유를 누릴 수 있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다.
그렇게 여유롭던 하루가 지나가고, 다음 날부터 다시 학교라는 일상 속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