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부터 글을 좋아했을까? - 06
무엇이 되었든, 책과 가까이 지낸 시간은
나를 한 단계 성장하게 했고, 조금 더 풍성한 생각을 품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다.
순수하게 책을 읽으며 좋아했던 시간은 초등학생 때가 가장 강하게 남아 있다.
(성인이 되어 책을 읽는 시간은 필요에 의해, 지혜를 얻겠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책을 좋아해서 읽는다기보다는
특히 시험 기간이 다가올수록 책 읽는 일이 더 좋아졌다.
(사실은 시험 공부가 하기 싫다는 나만의 핑계였다.)
그 시절엔 ‘100분 토론’조차 재미있게 느껴졌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였다.
이 시기에는 ‘꿈을 가져야 한다’, ‘목표를 세워야 한다’,
‘성공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압력이 존재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위인전 시리즈부터 읽게 되었고,
고승덕 변호사(고시 3관왕), 장승수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스티븐 코비(당시 유명했던 성공학자),
그리고 빌 게이츠, 이병철 회장처럼 각자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자주 접했다.
그런 책을 읽으면서도 한 가지 생각은 늘 머물렀다.
“위인은 남다른 사람”, “나는 저렇게 성공할 수 있을까?”
마치 위인전이나 성공 서적에는 공통된 공식이 있는 듯 보였다.
강한 시련 → 극복 → 성공이라는 공통된 구조.
그들의 책을 읽으며, 이미 성공이라는 결말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각자의 시련을 따라가다 보면 ‘이 사람들은 자신이 성공할 것을 알았기에 그렇게 전진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인 채로 책장을 넘겼다.
작은 시험지에 적힌 문제들과 씨름하고 있는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의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책을 통해 희망을 보기도 하고, 좌절을 맛보기도 하면서 학교 생활의 많은 순간을 지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