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잔을 보면서
해 질 녘
회백색 먼지 밭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
화려한 도시의 밤
번쩍번쩍 네온사인
하늘 높이 솟은 건물
텅 빈잔 안에 비친 세계
가난한 너는 화려함을
가득채워 초라한
자신을 숨겨보았지만
싸구려 와인잔에는
조잡한 전구만이 반짝이고
텅 빈 잔에는
물 한 잔 따라줄 이 없네
마음이 가난한 이여
가득 채워야 할 것은
항상 네 안에 있다
반짝이는 거울을 깨부셔라
그리고 네 안에 가득 채워라
심장처럼 붉은 와인을
그득히 채워 피처럼 마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