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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냥 시

와인잔

와인잔을 보면서

by 글쓰는 을녀

해 질 녘
회백색 먼지 밭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

화려한 도시의 밤
번쩍번쩍 네온사인
하늘 높이 솟은 건물

텅 빈잔 안에 비친 세계

가난한 너는 화려함을
가득채워 초라한
자신을 숨겨보았지만

싸구려 와인잔에는
조잡한 전구만이 반짝이고
텅 빈 잔에는
물 한 잔 따라줄 이 없네

마음이 가난한 이여
가득 채워야 할 것은
항상 네 안에 있다

반짝이는 거울을 깨부셔라
그리고 네 안에 가득 채워라
심장처럼 붉은 와인을
그득히 채워 피처럼 마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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