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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을녀 May 09. 2023

돈까스집에서

성숙한 사랑에 대한 고찰 

나는 돈까스를 좋아한다. 바사삭한 튀김옷 사이로 삐죽하게 나오는 고기의 질감을 사랑한다. 

sns에 나오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정도는 아니어도 눈에 보이는 돈까스 집은 한 번 씩 가본다. 

오늘도 맛있는 돈까스를 기대하면서 들어간 식당이었다. 

"나는 고기다 ! "라고 외치는 것 같은 안심을 주문하고

 식당을 한 바퀴 보는데 어떤 노신사 분과 눈이 마주쳤다. 

자연스럽게 그 분이 아내와 식사를 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평범한 장면이었다. 자녀를 다 결혼시킨 노부부가 외식을 하는 장면 

과거의 언젠가는 시끌시끌 했을 식사 대신 조용하고 말없는 식사 


이런 종류의 식사가 쓸쓸하다고 생각했었다.

 늙음이 찾아왔고 더 이상 할 말도 없는 부부가 

음식을 서걱하게 씹는 그런 느낌.

돈까스의 튀김이 모래알이라도 되는 양 서걱서걱 턱을 움직이는 행위. 

그렇게 생각했었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자신의 돈까스를 한 점 잘라서 주셨다.

먹기 좋게 썰은 돈까스를 보면서 '아..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라고 느낄때 쯤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돈까스의 다른 부위를 썰어주었다.


순간 드라마의 한 장면이 생각이 났다. 계란 노른자를 안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서 계란을 

먹을 때면, 자연스럽게 흰자를 여자에게 주고 본인은 노른자를 먹던 남자.


그 장면을 유심히 보았던 것이 떠올라 다시 그 노부부를 보았다. 

그들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대신 할머니가 수북하게 남긴 샐러드를 할아버지가 말 없이 

가져가서 드셨다. 할머니는 그 모습을 그냥 바라보다가 소스를 조금 더 얹어 주셨다. 

그들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상대를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것 

자연스럽게 상대의 것을 공유할 수 있는 것 

이미 알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작은 배려 


이 모든 것을 말없이 고요하게 실행할 수 있는 사이라면 

일일이 물어보고 확인받고 기뻐하고 요동치지 않는 그런 사이라면

그런게 성숙한 사랑이 아닐까?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노부부의 모습이 참 예뻐보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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