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사랑에 대한 고찰
나는 돈까스를 좋아한다. 바사삭한 튀김옷 사이로 삐죽하게 나오는 고기의 질감을 사랑한다.
sns에 나오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정도는 아니어도 눈에 보이는 돈까스 집은 한 번 씩 가본다.
오늘도 맛있는 돈까스를 기대하면서 들어간 식당이었다.
"나는 고기다 ! "라고 외치는 것 같은 안심을 주문하고
식당을 한 바퀴 보는데 어떤 노신사 분과 눈이 마주쳤다.
자연스럽게 그 분이 아내와 식사를 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평범한 장면이었다. 자녀를 다 결혼시킨 노부부가 외식을 하는 장면
과거의 언젠가는 시끌시끌 했을 식사 대신 조용하고 말없는 식사
이런 종류의 식사가 쓸쓸하다고 생각했었다.
늙음이 찾아왔고 더 이상 할 말도 없는 부부가
음식을 서걱하게 씹는 그런 느낌.
돈까스의 튀김이 모래알이라도 되는 양 서걱서걱 턱을 움직이는 행위.
그렇게 생각했었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자신의 돈까스를 한 점 잘라서 주셨다.
먹기 좋게 썰은 돈까스를 보면서 '아..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라고 느낄때 쯤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돈까스의 다른 부위를 썰어주었다.
순간 드라마의 한 장면이 생각이 났다. 계란 노른자를 안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서 계란을
먹을 때면, 자연스럽게 흰자를 여자에게 주고 본인은 노른자를 먹던 남자.
그 장면을 유심히 보았던 것이 떠올라 다시 그 노부부를 보았다.
그들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대신 할머니가 수북하게 남긴 샐러드를 할아버지가 말 없이
가져가서 드셨다. 할머니는 그 모습을 그냥 바라보다가 소스를 조금 더 얹어 주셨다.
그들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상대를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것
자연스럽게 상대의 것을 공유할 수 있는 것
이미 알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작은 배려
이 모든 것을 말없이 고요하게 실행할 수 있는 사이라면
일일이 물어보고 확인받고 기뻐하고 요동치지 않는 그런 사이라면
그런게 성숙한 사랑이 아닐까?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노부부의 모습이 참 예뻐보이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