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에 대한 생각
푸른 공기 한 방울
싱그러운 꽃 떨어지는
모든 것이 선명한 날
길가에 죽은 지렁이
길거리 한 모퉁이에서 끽하고
비명도 지르지 않고 죽었다
대체 지렁이는 왜 그런 걸까?
본디 지렁이의 길은 하나였다
모든 흙들이 그들의 것이었다
피 묻은 두 손이 삶의 터전을
길과 흙으로 두 동강 내기 전에는
베인 길따라 일상이 반듯하게
잘리기 전까지는
선처럼 무자비한 칼 앞에
기어이 희망도 가족도 잃고
잔뜩 웅크린 생명
뚝 뚝 뚝 솨아 솨아 뚝뚝뚝
굵은 빗방울 떨어지면
반쪽짜리 희망찾아
사무치게 그리운 가족찾아
온 몸을 꽉 비틀어 한을 토하는
꿈틀꿈틀 지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