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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맘 Jul 03. 2024

요가복을 입고 출근하는 여자

옷을 잘 입어야 일할 맛이 납니다

출근하려는데 입을 옷이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요가복이 없다. 사야 할 때가 온건인가…. 며칠 전에 절제를 다짐하고 글까지 써서 올렸는데 아이러니하다. 다시 소비 요정이 귓가에서 어서 사라고 속삭인다. 요가복이 점점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옷장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보라색, 민트빛 계열의 요가복은 많지만, 레몬, 핑크빛은 부족하니 채워줘야겠다. 그래, 좋아, 기분이다! 열심히 잘 살아가고 있는 자신에게 요가복을 선물하기 위해 돈을 벌러 힘차게 출동하기로 한다.   

  

가장 좋아하는 색깔 조합

나는 요가복을 입고 출근한다. 작년까지는 이러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면 일하러 가는 발걸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질까 고심하다가 생각해 낸 묘안이다. 그날 아침에 당기는 요가복을 신중하게 골라 입고 집을 나서면 일하러 가는 거 같지 않고 요가하러 가는 듯 룰루랄라 신난다고 하면 과장인가. 게다가 걸어서 가는 출근길에는 내가 다니는 요가원이 있다. 그럼 마음속으로

‘조금만 기다려~! 나 일 갔다가 올게.’


학원 간판에 인사하며 일하러 간다. 회사로 향하는  발에 힘이 더 실린다.

회색 모드도 좋다

     

처음 요가학원에 다닐 때는 후줄근하고 목 늘어난 티에 반바지 아무거나 쓱 입고 다녔다. 요가학원 원장님, 선생님들 그리고 같이 운동하는 회원님들은 패션이 너무나도 화려했다.  그날도 여전히 펑퍼짐한 요가복을 입고 수련하고 있는데 원장님이 다음과 같이 말씀해 주셨다. 어느 정도는 몸 선이 보이는 옷을 입어야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면서 근육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게 되고 그래서 더 정확한 동작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요가복의 원단도 평상복보다는 통풍과 땀 흡수가 훨씬 더 뛰어나서 수련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구름색과 바이올렛의 조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쁜 요가복을 입고 운동하면서 또 회사에서 복사할 때 흘끔흘끔 거울에 비친 모습에 내가 반해버리고 만다.  그때부터 요가복에 관심을 가지고 사들이기 시작했다. 요가복은 비싼 건 정말 비싸다. 이거다 싶으면 10만 원을 훌쩍 넘는 레깅스도 많다. 그런데 나는 레깅스는 잘 입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얼굴과 몸통은 큰 데 반해 팔다리는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가늘기 때문이다. 몸에 착 달라붙는 요가복을 입고 갔다가 남들은 거들떠도 안 보는데,  요가는 둘째치고 회사에서 내내 민망하고 나 스스로가 부끄러워 일에 집중을 못한 날이 있었다.

  

요가복을 정말 이쁘게 잘 입으려면 조금은 날씬해야 모양새가 확 산다. 그래서 난 다른 이유도 많지만, 요가복을 예쁘게 입기 위해서 지금의 몸매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약간은 낙낙하지만 그래도 몸 선이 조금은 보일 정도의 타이트한 정도의 요가복을 구매한다.


중고등학생 때는 가슴이 큰 게 민망하고 창피했는데 요즘은 딸보다도 작은 크기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가슴이 어느 정도는 풍만해야 요가복이 몸에 착 붙어서 몸매도 도드라지고 후굴 자세를 할 때면 백조가 몸을 확 뒤로 젖히는 것 같은 그런 곡선이 보인다. 한 번은 과감하게 앞부분이 드러난 요가복을 사서 입고 요가 가려하자 가족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으흠.     

마음에 드는 핑크색 바지

몸매가 이뻐서 요가복이 잘 어울리는 걸까, 예쁜 요가복을 입기 위해서 운동을 많이 한 결과 날씬해지는 걸까 - 무엇이 먼저 인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이지만,

하루하루 예쁜 요가복 입고 출근하는 나는 시작이 좋아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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