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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맘 Jul 07. 2024

제주에서 만난 3명의 요가맨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재... Jack?”

누군가 나의 어깨를 툭툭 쳤다. 아난드 요가원 건물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수업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주에 아는 사람이 없는데…?라고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드는 아니 맙소사, 어제 1대 1 요가 과외를 해주신 잭 선생님이었다.

 Oh! My Jack!

180은 당연히 뛰어넘는 키에 얼굴은 누굴 닮았나 하니... 가수 존박이다.

“어머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디 가세요?”

“저 여기 아난드 요가원 수업 시작 전이라 기다리고 있었어요.”

“어, 저도 여기 수업 가는데, 같이 올라가요. 굉장히 열심히시네요.”

선생님을 따라 졸졸졸 계단을 올라가 아난드 요가원 문을 열었다. 그리고 Jack 선생님과 나는 한 공간에서 이번에는 같은 수련생의 입장으로 요가 수업을 받았다.      

아난드 요가원 입구

오직 요가만을 위해 이번에는 딸도 버리고 나 혼자 2박 3일의 제주여행을 간 것이다.

일정에 하루마다 요가 수업을 짰는데, 둘째 날 간 요가원은 1시간 동안 요가도 가르쳐주고 그 과정을 영상 촬영도 해주며 사진까지 찍어주는 상품이었다. 보통 요가 프로필 사진을 찍으면 자세히 알아보진 않았지만, 꽤 비싼 거로 아는데 수업료만 내면 사진 촬영과 영상까지 무료로 해준다고 하니 딱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 요가원에 너무 일찍 도착해서 텅 빈 건물 앞 정원 벤치에 앉아 같이 하는 사람들은 많으려나, 선생님은 누굴까 궁금해하고 있는데, 문자:     

오늘 같이 수업해 주실 선생님은  Jack 남자 선생님이십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그리고 오늘 예약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고 잘생긴 선생님과 단둘이 수업을 하게 된 것이었다. 앗싸!!!

요가 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아서 못한다고 미리 고해성사했다. 선생님은 괜찮다면서 나의 실력에 맞게 수업을 진행해 주셨다. 언제 1시간이 지났나 모르게 수업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너무 아쉬웠다. 훌쩍!

잭 선생님이 찍어준 나

선생님도 버스 타고 오셨다고 해서(오직 나만을 위해서!) 같은 버스를 타고 각자의 숙소와 집으로 돌아갔다. 내가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이 선생님이 가버려서 인사도 제대로 못 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이야! 우리 운명이야? 아이까지 있는 아줌마가 마음속으로 별의별 환상 로맨스 소설을 쓰면서 아난드 요가원에서 겨우겨우 동작을 따라 하며 수련을 했다.


여기는 그야말로 진기명기, 서커스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교실이 굉장히 넓었는데도 가인들로 꽉 찼다. 한주훈 요가원보다 훨씬 더 사람들이 많았고 Jack 선생님처럼 젊은 남자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구석에서 시작했는데 선생님이 단박에 생초짜인 걸 알아보시고 내 옆에서 지도를 시작하셨다. 도사님의 아우라가 풍기는 비범인의 모습이었다. 1시간으로 끝날 줄 알았던 수업이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그 안의 수련생들은 끙끙대면서도 자신과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 같은 동작을 하고 또 하며 섬세하게 아사나를 만들어냈다. 나는 도대체가 따라 할 수 없는 자세가 많아서 그냥 맘 편히 구경이나 하자 할 때쯤이었다.

선생님은 내가 못하는 게 답답하고 화가 나셨는지 내 허리에 스트랩을 두른 다음, 끌어당기고 다시 눕히고, 들어 올리기를 몇 번……. 레슬링 당하는 줄 알았다. 마지막에는 내 등 아래에 써클링을 끼우고 천장으로 다리를 들어 올리게 한 다음 발목을 줄로 묶어 버리셨다. 그리고 안대로 내 눈을 가려주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몇 분이 지나도 내려오라는 말이 없어서 허리를 받치고 있던 저린 손을 풀고 다리를 내렸다. 안대를 벗으니 Jack 선생님은 보이지 않고, 아난드 선생님과 다른 회원님들이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나를 공중에 매달아 둔 채!) 나도 뒤늦게 차담에 참여해서 아줌마 혼자 제주에 요가하러 온 연유를 말해주며 꼭 다시 온다고 인사드리고 나왔다.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첫째 날 이효리의 요가 선생님이라고 알려진 한주훈 선생님과는 사진을 찍어서 그것만으로도 기쁨에 벅찼다.

한주훈 선생님과 사진 찍어서 마냥 기쁜 나

첫째 날 한주훈 요가 선생님 수업은 늦은 시간이기도 했고 그날따라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서인지 몰라도 수련생들이 많지 않았다. 다음은 한주훈 선생님의 주옥같은 말씀!


“그 자세가 안 되나요? 그럼 공부를 너무 한 겁니다.

책상에만 오래 앉아있었어요!”

“할 수 있는 만큼! 무릎 펴고!”

“배와 가슴을 허벅지에 붙여봐요!”

“후굴만이 살길이다.

하지만 후굴만 하면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

“무리하지 말고! 인생은 놀러 온 거예요.

요가하면서 놀다 가세요.”

“오늘 수련 여기서 끝! 샨티.”


한주훈 선생님은 말씀으로 요가 수업을 하셨다.

아, 이런 거구나. 목소리가 정중하지만, 절도가 있는 목소리에 못 해도 해야만 할 것 같은 수업 진행이었다. 무사히 마치고 선생님께 정중히 사진을 부탁드리고 찍었다.

     

어쩌다가 요가에 빠져들어 제주도로 요가 여행까지 갔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원래 제주도를 싫어하던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신혼여행을 겨우 제주로 왔기 때문이다. 제주도를 사랑하고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런데 갑자기 나 혼자 이렇게 요가하러 제주를 다시 찾고, 3일 내내 하루에 한 곳 씩 요가원에서 수련하며 멋진 3명의 요가맨을 만났다.   그리고 이 글의 주인공은  제주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요가하려고 제주까지 바람 타고 날아온 나>

돌아가려니 바람이 못 가게 한다.

너 바람 단단히 들었구나?

이곳저곳 닿는 발과 정수리, 손가락 사이사이에 제주 숨결, 바람 많이 묻혀 돌아갈게.

고마워 제주, 나마스떼! 제주 바람

혼자서 뚜벅뚜벅, 온종일 입 꾹 묵언 수행

나를 위한 외톨이 여행

옆에 누가 없으니

발길 닿는 데로, 기분 가는 대로

온전히 나를 위하고 나를 들여다본다.

꼭 목적지에 못 다다라도

괜찮아.오늘은 여기까지 했으니

다음에 조금 더하면 된다.     


제주도 요가 여행 그리고 그동안의 딸과의 여행들을

내 마음속 수필집을 만들어

책꽂이에 잘 꽂아 한번 쓰다듬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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