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과 자기 비하 그 중간 즈음
전업작가를 향한 첫걸음 : 평정심이여 나에게로 오라!
by
VIVA
Mar 22. 2021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도
마치 아무것도 안 한 듯 숨 몇 번 쉬고 나면
하루가 후딱 가버린다.
시간이 왜 이리 빨리 가는지
매일 아침 커피 마시며 눈 부릅뜨고 시간을 붙들어 본다.
'전업작가'를 선언한 이후
시간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간다.
때로는 아무 성과도 없이...
예전에 내가 하던 일을 하던 하루와 비교하면
시간이 남아도는 듯 하지만
또한 시간이 없어 매일 불안해진다.
이전 직업은 확실하게
계산되고 합의된 거래를 진행하는 일이었다.
서로의 약속이 어긋나거나 지켜지지 않을 경우에도
계약서가 명시한 대로 클레임과 보상이라는
구제 방법이 있어서
뒷감당에 쩔쩔매는 일도 거의 없었다.
'나와 너'가 계약한 대로 가야 할 목적지는
명확했고 그 일에 대한 대가도 분명했다.
목표점을 향하는 길에 멈춰 고민하거나
옆을 돌아보거나 뒤돌아 갈까
고민하는 일이 없었다.
목적지가 확실하고 가는 길도 하나였기에
마치 내비게이션이 도착지까지
경로와 시간을 계산하듯
목적지까지 필요한 시간과 노력과 자본을
정확하게 분배할 수 있었다.
'전업작가'의 길과 시간은 완전히 달랐다.
글 의뢰와 마감이 없는 시간은
날것 그대로의 시간을 보낸다.
특별한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스스로 길을 찾고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길을 만들어 가는 나는
때로는 사막에서 모종삽으로
모래를 파내는 심정이다.
아직 글로 먹고살 길이 해결되는
깜냥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글이 자본주의 트랙에 올라 서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또한 그것이 마치 예술과 글쓰기의 자세를
펌 하하는 것 같아
내면의 감시자는 그렇게 하지 말라 말린다.
이전에 하는 일은 너무나도 확실했다.
상대가 원하는 물건과 품질을 맞춰 주면
내가 원하는 대가를 얻을 수 있다.
서로가 합의되고 계산된 서로의 필요에 의해
이합집산 하기에 특별한 감정이나
딴생각이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계약이 성사될 때까지 가격과 품질에 대한
치열한 협상이 있을지언정
이런 일들이 감정 상하고
자존감 무너지는 일로 확장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내 능력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아웃소싱 업체를 찾으면 되었고
그 업체가 문제를 일으키면
다른 업체로 대체하면 그만이었다.
일처리를 못했다고 해서
내 기본적인 인격과 능력이 폄하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작가는 글로 평가받는다.
내가 곧 글이라는 방정식은
나를 인격적으로 잘난이로 또는 못난이로 만든다.
글이 잘 풀리고 조금의 인정과 칭찬이라도 받는 날이면
그 하루가 우쭐하고 마치 내가 차세대 유망주라도 된 듯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글이 안 풀리고 비문이나
맞춤법이라도 하나 틀린 부분 나와
지적질당하거나 악플이라도 달리는 날에는
그 하루가 나 자신이 땅바닥을 뚫고 들어가
지구의 내핵까지 파고드는 기분이다.
전업작가를 선언한 이후
자만과 자기 비하가 장단 맞춰
지들 멋대로 내 안에서 북 치고 장구치고 한다.
그리고 이 굿거리장단은 글에 그대로 나타난다.
부풀러 오른 가슴은 붕 떠 있는 글을 만들고
땅으로 꺼진 마음은 푹 가라앉은 글을 만든다.
자기 객관화는
자신에게서 떨어져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다.
글은 나라는 주체가 만들어낸 객체다.
글이 곧 나는 아니다.
글이 나의 성격과 성향과 기호가 반영되고
또한 내가 책임져야 할 대상이지만
글이 곧 나는 아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 비슷하다.
내가 늘 자만과 자기 비하의 널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
글이 곧 나라는 공식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공식에서 벗어나야
나는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다.
이것이 곧 자기 객관화인 것이다.
글이 비롯 못났더라도
자기 비하로 몰고 갈 이유 없다.
이것이 자기 객관화든
유체 이탈이든 정신승리이든
어떤 워딩으로 개념화를 하든 간에
좋은 글을 위해서는
수직선의 어떤 플러스도
마이너스 감정도 필요하지 않다.
평정심이라는 숫자 영의 자리에서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조절하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
이것이 전업작가로서 살아가기 위한
첫 번째 마음가짐이다.
keyword
작가
글쓰기
객관성
Brunch Book
작가말고 드라마 작가 2
05
하늘에 매달린 글러브
06
마감 전 증후군
07
자만과 자기 비하 그 중간 즈음
08
유용有用한 벌이와 무용無用한 마감의 외줄 타기
09
그 감정 그대로 , 반사!
작가말고 드라마 작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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