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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서점기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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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씨 Oct 23. 2022

A, B, C 그리고 다시 B

하고 싶은 대로_서점

#02


C서점을 퇴직하고 한 달여의 기간 동안 굉장히 많은 것을 한 기분이었다. 부모님의 일도 그랬지만, 안 쓰던 글의 초안도 잡아 보고 스토리도 구상하고, 여행도 다녀오고 지난 직장에서의 사수, 상사분들을 만나고.


'사수, 상사분들을 만나고.'

'사수, 상사분들을 만나고.'

사실 이 부분이 서점으로 다시 돌아가는데 기여한 부분이 크다.


퇴직을 앞두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공부를 하며 준비하시는 분,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지적보다는 지도력을 보여 주시는 분, 그리고 잊을만하면 서로 연락을 하며 지내다 간혹 정보를 주고받기도 하던 분. 사수였고 직장 상사였던 그분들이 본인들의 자리를 지키며 꾸준히 일하시는 모습을 보는 것은 각 서점을 판단하는 개인적인 사유와는 별개로 참 대단해 보이는 사항이었다. 서점으로 전직하고, 해보고 싶은 분야를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는 특성의 서점들로 옮기기를 두어 번 했던 나와는 다르게 한자리에서 오래도록 책과의 인연을 쌓아가는 그분들은 나와는 분명 다른 부류였지만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장점을 가진 분들이었다.


그렇기에, 문제는 그분들을 만난 것이라는 점이다. 내가 꿈꾸던 한가로운 일상이 나의 경력을 좀 더 채워보는 쪽으로 변질된 것은 사수들을 만나고 온 덕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B서점의 상사였던 그분을 만나러 갔던 것도 다른 이유는 없었다. 잘 따르고 좋아했던 분이기에 바쁠 때는 만나러 가기 힘드니 한가할 때 놀러 가자라는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리 되어 버렸다. 여차저차 이야기를 나누다 '나도 아직 서점에 미련이 있고, B서점도 경력자가 필요한 상황'의 접점에 도달한 것이었다. 과거 B서점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이직했을 때도 다시 돌아오기를 몇 차례 권유해 주셨던 것을 감사히 여기고 있던 터라 (이유야 어쨌든 업무능력을 잘 봐주셨다는 평가도 되므로) 이번에는 좀 더 길게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A에서 B로, B에서 C로 움직일 때 나의 이직 사유는 항상 똑같았다. 이 서점과는 좀 더 다른 형태의 서점에서 일을 해보고 싶었다는 것. 마음에 안 드는 시스템적인 부분이라던가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해보고 싶은 분야가 현재의 위치에서는 배우기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각 서점의 개성이 달랐기에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모든 종류의 서점에서 일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지리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은 철딱서니 없는 꿈같은 일이었지만 말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책을 좀 더 쥐어 보고픈 욕심이 앞섰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서가를 내가 생각하는 데로 분류해보고 평대 기획도 하고, 신간이 들어오면 다 읽지는 못해도 손에 쥐고 어떤 진열이 최상 일지를 고민해 보는 재미. 나에게 있어 서점은 놀이터와 다름이 없는 곳이다. 인생은 예측불허이니, 이왕이면 놀고 싶은 곳에서 머물러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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