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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서점기 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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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씨 Oct 21. 2022

일단 퇴사

하고 싶은 대로_서점

#01


혹자는 말한다. C서점에서 한 지점의 점장까지 했으면서 왜 그만두었는지, 네 나이도 있는데 어느 정도 만족하면 그대로 일을 해보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는 내용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사회 초년생이 아닌 나이가 들은 시점에 시작한 서점 일이었고, 10년이 안 되는 서점 경력에도 불구하고 믿고 맡겨 준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한 지점의 점장으로서 소임을 다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이 늘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더라는 점을 이번에도 느꼈다.


C서점 퇴사의 가장 큰 사유는 '개인적인 사정'이었다. 부모님이 건강이 안 좋아지셨고, 돌보아 드려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었다. 한동안 쉬면서 케어를 해드리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해서 회사 업무에 지장을 줄 듯하여 퇴사 이야기를 했다. 1년여의 점장 생활 동안 무탈히 관리를 해 왔기에 미련도 있었으나 심사숙고해서 단호하게 의사를 밝혔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었으나, 개인적인 사유를 설명드리는 과정에서 받아들여졌고 한 달 반 뒤에 퇴사하기로 결정되었다.


한 달 반 뒤에 있을 퇴사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기본적인 인수인계는 물론이고, 신임 점장을 맡을 직원에게 업무도 가르쳐 주어야 했다. 오픈 당시부터 모아놓은 자료 덕분에 서류상의 인수인계는 큰 무리가 없었다. 단지, 경력이 짧은 직원에게 뒤를 맡기고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으나 그럭저럭 잘 따라와 주었다. 본인이 느낀 무게감도 상당히 컸을 텐데 큰 내색 없이 인계를 받아들여 주어서 참 고마웠다.


내가 그만두면 어떡하냐는 분위기였지만 그동안의 이직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할 때, 경력 퇴직자가 없어도 잘 굴러갈 곳은 잘 굴러가기 마련이다. 이곳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뒤를 이어 점장이 될 직원도 경력은 짧지만 바탕은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믿고 인수인계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한동안 서점 일을 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혹시나 시간이 생긴다면 도서정리 알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부모님 케어도 하면서 글도 쓰고 그러면 되겠지 싶었다.

그런데, 앞부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인생은 늘 예측불허이다. 건강 상황이 빠르게 호전된 부모님 덕에 장기적인 계획은 무산이 되었고, 일이 생활이던 자식이 집에만 있는 것을 안쓰럽게 생각한 덕분에 나는 다시 집 밖으로 쫓겨나가게(?) 되었다.


사실, 이참에 글을 비롯한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기타 등등을 해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글, 그림, 여행 등등 비계획적으로 머릿속에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았기에 정리를 해줘야 될 듯싶었다. 아는 동생이 각자 하고 싶은 활동을 하는 스터디 제안을 했을 때도 그래서 받아들였었다. 커피숍에서 비정기적으로 만나 글쓰기나 그림 등을 하는 것인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순간들이 좋았다. 하지만 언제나 '휴식의 시간'은 짧게 지나가기 마련이다. 다시, 서점 일 제의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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