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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서점기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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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씨 Mar 10. 2022

오픈 전야 D-1

마음이 닿은 곳_서점

#07


많은 작업들, 많은 사람들, 오픈 행사 기획들을 거쳐 드디어 오픈 전날이 왔다. 겁이 별로 없는 성격임에도 왜 이리 두근두근 하던지.


총 3만여 권에 가까운 책들이 약 15여 일의 기간 동안 쏟아져 들어왔고, 각 잡화 거래처에서 그들의 공간에 상품을 진열했다. 오픈 물량으로 배본된 총판들의 도서를 진열하기 위해 신입직원들의 시스템 교육을 병행해야 했다. 최대한 단순하게 처리하고자 했던 도서 등록 업무와 진열은, 다행히도, 별 탈없이 진행되어 도서 때문에 오버 근무를 하거나 중간에 밤을 새우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쉽게 가는 법은 없다. 위치를 미리 전산에 등록해 두었던 일반도서들과는 달리 학습 파트 책들은 신입에게 맡길 수 없어 등록작업, 진열까지 직접 다 해야 했다. 다른 지점에서 지원 오는 2-3일 정도가 그나마 숨통을 틔었던 정도였다.


책이 들어올 때마다 카트(손수레)를 끌고 우르르 나가서 몇 번이나 실어 나르고, 눈앞에 가득 쌓인 책 덩이들의 높이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기쁨으로 알고, 책을 정리한 뒤 나오는 박스와 파지들의 분량에 놀라며(은근 뿌듯), 어깨와 손목에 붙인 파스 냄새에 살짝 중독된 하루하루가 지나, 드디어 몇 덩이 안 남은 상태에서 오픈 도서 물량을 서가에 채웠을 때 느끼는 감동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비록, 예상대로, 안 들어온 책도 많아 진열 상태를 전면 진열로 돌리는 구성 변경이 있었지만 마냥 좋았다.


하지만 서가에 자리 잡은 책들을 보며 다 되었다고 느끼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았다. 위치를 잡지 않은 도서나 아동 완구들은 위치 등록작업을 해야 했고, 오픈 기획으로 준비된 증정품들을 체크하며 평대 및 행사용으로 준비된 POP와 각종 알림판들을 점검해야 했다. 책 먼지로 가득한 서가와 바닥을 끊임없이 청소하고, 거래처에서 직접 진열하지 않은 문구나 잡화류 서가를 정리 진열하는 작업들을 반복했다.


오픈 전야에도 정시에 퇴근시키고 싶었던 나의 팀원들이었지만, 날이 날이니만큼 정리할 것이 많아 8시가 넘어서 퇴근을 한 직원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뒤에도 남았다.


수험서나 학습서 중 시기상 들어오기 힘든 종류가 자리해야 하는 공간이 비어 있어, 그와 관련한 안내판이나 진열 등등을 계속 손 봐야 했다. 정신이 쏙 빠질 것이 분명한 오픈날을 대비하여 가능한 계산 실수가 적게 만들고, 원활한 행사 진행이 되기 위해서 그와 관련된 밑준비 작업을 체크하고 또 체크했다. 밤 12시가 넘어가고 집으로 가는 차가 끊길 무렵, 밖을 보니 봄 향 가득한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드디어 내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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