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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서점기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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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씨 Mar 04. 2022

너희는 누구니_ 문구/잡화류에 관하여

마음이 닿은 곳_서점

#06


온라인 시장의 시대가 형성되고 오프라인 서점에도 영향을 끼친 지 오래되었다. 온라인에 대항하는 자구책으로, 혹은 고객의 편리성과 매출 증대를 위한 방책으로 하나 둘, 들여놓기 시작한 문구와 잡화류가 서점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어느덧, 많게는 과반에 육박할 정도가 되어가고 있다. 학습서에 치중하는 지역 서점도 캐릭터 문구류 외 잡화 몇 개 정도는 갖추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독립서점 역시 자체적으로 제작한 굿즈 잡화류를 판매하기도 한다. 중, 대형서점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이 비중이 높다. 책만 판매하고 있는 서점도 없지는 않겠으나 현재의 추세는 병행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앞서 말한 이유를 포함하여 결국은 돈, 경제적 문제 때문이다. 편리한 온라인 도서 시장에 밀려 점점 매출이 줄어가는 형국에, 오프라인 서점을 찾는 사람들이 책만 보고 가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매출을 늘리는 방법을 강구하다 보니 잡화류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서점의 매출도 보완하고, 책 외에도 뭔가를 같이 쇼핑하고 싶은 고객의 니즈도 충족하는 관점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 그래도, 오롯이 책만 존재하는 서점이 가끔 그리울 때가 있다.


오픈 업무를 하면서 진행한 잡화 거래처와의 미팅은 그동안 그쪽 파트와의 접점이 거의 없던 도서 관리자에게는 신세계나 다름이 없었다. 도서의 운영방식과는 다른 점이 많고 훨씬 역동적인 느낌이었다. 도서의 경우 신간이 들어오고 판매가 크지 않더라도 최후의 1권 정도는 1-2년을 서점에서 보내기도 하는데, 이벤트성 잡화 상품은 치고 빠지는 속도도 빠르고 유행을 많이 타면서 비슷한 제품들끼리는 경쟁도 심하다. 디자인 상품들의 경우 '나를 봐요' 하는 느낌이 책 보다 강하고, 캐릭터 상품들은 판매 대기 1초 전의 상태인 듯 부릉부릉 하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들이다.


책이 주는 편안한 느낌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구쟁이 같은 문구, 잡화류들이 살짝 버겁기도 했다. 도서 파트만 관리하다 서점에 들어오는 모든 파트를 총괄하게 되니 성격 다른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느낌이랄까.


책을 편애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잡화류 아이들이 매력 없는 것은 아니다. 도서와 같이 콜라보 판매를 하는 경우도 특이하지 않거니와, 사실, 예쁜 상품에 눈이 돌아가는 것은 책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거래처 담당자들과 이야기하며 기획 상품이나 상품 변경을 상의하고 신규 거래처를 찾기 위해 시장조사를 나가는 것도 재미있었다. 도서 위주로 서점을 판단하는 것과는 다른 눈으로, 좀 더 확대된 시각으로 서점 환경을 판단하고 운영해 본 경험은 내 인생의 행운으로 기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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