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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서점기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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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씨 Nov 10. 2021

책, 그리고 책

마음이 닿은 곳_서점

#04


오픈을 준비하면서 제일 재미있었던 일은 서가 별 책 리스트를 만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재미있었던 일인 동시에 오류를 일으키기도 하고 작업량이 많아 힘들기도 했던, 애증의 시간이었다. 인테리어 작업 진행도를 확인하고 적절한 시기가 되었을 때 거래처 중 제일 큰 총판에 우선적으로 목록을 넘겨야 했기에 서가 별 위치 선정 작업을 하던 당시부터 조금씩 미리 만들어 두었다. 미리 만들어두어도 신간 체크는 다시 하여 오픈에 맞추어 주문해야 하고, 목록을 만들지 않는 다른 거래처들도 대략의 권수를 파악해 둬야 했다. 메모로는 한계가 있어 서가 구성을 머릿속에 남겨두고 이미지화시켜 놓는 작업을 거의 매일 반복했었다.



한 서점에 책이 10만 권 이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손님들의 니즈를 100% 충족시킬 수는 없다. 서점 오픈 시점에 입고되는 책들은 , 독립서점 형태를 제외하고, 기존 데이터를 기준으로 스테디, 베스트, 신간 등 최근 1-3년의 자료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한 거래처와의 거래 상태에 따라 들어오지 않는 도서도 상당히 많다. 온라인의 경우 특성상, 오프라인보다 폭이 넓을 수밖에 없는데 신규 서점에 오는 손님들이 책의 유무를 개인적인 기준에서 판단하거나 온라인과 비교하며 도서량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낼 때는 일일이 다 설명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이번에 오픈 업무를 한 서점의 경우는 중형 정도의 서점으로 3만 권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데 많다면 많고, 적으면 적은 권수라 할 수 있겠다.




오픈 시 서가의 구성이 완벽하다면 참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리스트를 만들어 두고 주문을 넣었어도 품절 시점에 주문이 들어간 도서는 배본이 안된다. 또한, 애초에 생각했던 서가의 분위기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많다. 파트별 담당자가 있다면 좀 더 세심히 챙길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하면 오픈날에 맞추어 책을 진열하기에 바쁘다. 서가가 비어 보이지 않도록 진열 방식도 생각해야 하고, 늦게 들어오는 지역 총판의 도서나 수험서들은 빈 곳에 안내문도 붙여 두어야 한다. 오픈 시기에 맞추어 시즌 도서가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학습 철이 지나거나 상/하반기 수험서 사는 시기가 지나 반품되는 시점에 오픈하게 되는 것이 그러한 경우이다. 과다 반품을 우려한 총판에서 아예 책을 많이 주지 않기도 하거니와 개정판이 나오는 시기를 기다리며 이전 판을 아예 배본하지 않는 분류도 있다.


기존에 거래하던 총판에서 책을 받는 것은 어려울 것이 별로 없지만, 지역 총판에서 책을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좀 더 발품, 전화품을 팔아야 한다. 학습이나 잡지, 코믹스 또는 아동 직거래처 일부는 지역권을 가지고 있다. 지역 총판 외의 곳에서 도서를 받아서는 안되고 해당 총판에서만 책을 받아야 한다. 지역마다 출판사를 나눠 가지고 있는 형태도 틀리고 총판 명도 다 다르다. 전화를 해서 총판을 알아보고 인사를 드리며 계약을 해야 한다. 가끔 서로 거래조건이 맞지 않아 부결되거나 보류되는 경우도 있는데, 손님들이 많이 찾는 도서를 가진 지역 총판과의 거래를 터 놓지 않으면 불편하다.


기존 거래처에서 책을 받던, 새로운 거래처에서 책을 받던 오픈 시기는 사람과의 만남의 연속이다. 대개는 새로 시작하는 서점을 응원해 주시며 좋은 관계로 출발하려 한다.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이라 마음대로 되지 않는 곳도 있다. 당장은 안되더라도 오픈 후 천천히 시기를 봐가며 연락하고 거래를 트는 경우도 있으므로 욕심은 나지만 기다려야 한다.


이래저래, 인생은 기다림과 배움의 연속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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