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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서점기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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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씨 Oct 18. 2021

안녕하세요! 그리고 저장~!

마음이 닿은 곳_서점

# 03

 

오픈 준비를 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건물 관계자, 인테리어팀부터 시작해서 가구, 전기 배선, 인터넷, 캡스, 컴퓨터, 전산, 각 지역 총판 관계자들과 기존 업체의 새 담당자들 그리고 신규거래 잡화 관계자들 등등. 여태껏 살아온 인생에서 1-2달 사이에 이렇게 많은 업무 관계자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같은 모임이나 회사에서의 자연스러운 인간관계가 아닌 일적으로 만나게 되는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람들이 업무를 조율하고 또 조율하고, 미팅하고 스케줄 잡고 일을 진행하는 것은 육체적 피로감보다 정신적 피로감을 동반하는 경우가 더 많다. 때로는 즐거운 만남이지만 사람 만나는 일이 어디 다 그런가.


대체적으로, 공동 작업을 진행하면서, 서로의 스케줄과 진행과정을 공유하지 않거나 약이 다 되어가는 전등처럼 깜빡깜빡 일정을 펑크 내는 요주의 인물이 몇 없었다는 것을 지금도 감사하게는 생각한다. 체크를 다시 해주는 정도로 마무리되고 머리카락을 쥐어뜯을 정도의 업무 오차도 없었음에 또 감사한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마음이 여유로운 것뿐이지 당시에 '욱' 하는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성인이 되었다고 해도 다 '어른'은 아니더라는 것을 이 직업에서도 종종 느낀다.


늘어나는 관계자들 덕에 폰에 있는 연락처 저장란과 노트 메모량도 덩달아 늘어났다. 기억하는 것, 기억하지 않는 것, 기억 못 하는 것에 대한 세밀함과 정밀도 흥미도가 극과 극을 달리는 성향 탓에 전화번호는 무조건 저장, 일정은 매일 기록함을 습관으로 한다. 사실 일정의 기록은 업무 진행을 위한 방패막이나 다름없다. 칼이 필요한 순간도 있겠지만 최소한의 방어막이 때때로 업무에 있어 더 좋은 효과를 낸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 드디어 뭔가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시공 일정으로 인해 오픈이 2주 정도 미뤄지면서 책 관련 스케줄도 덩달아 늦어졌다. 언듯 보면 현재가 조금 여유 있어진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지만 절대 그런 것은 아니다. 오픈을 코 앞에 두고 도서 입고/정리 때문에 며칠을 오버 근무하고 1-2일 밤을 새운다는 이야기가 괴담이 아닌 오싹한 현실로, '엇' 하다가 닥쳐올 미래일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새로 모집하는 오픈 멤버 중 근래에 일했던 경력자가 없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10년 전 서점에서 일했던 경력자 한 명, 나머지는 서점 경력이 없는 신입들. 그나마 처음에는 점장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을 전부 다 신입으로 채용한다고 해서 인사담당자에게 그건 안된다고 말했었는데 이런 상황이라니. 인건비를 비롯한 여러 가지를 고려한 채용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지점에서 인사이동이 없는 상황이라 내심 경력자를 원했던 바람은 신입 직원 교육내용을 검토하고 밑준비를 단단히 해두는 쪽으로 목표 변경을 해버렸다.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것은 바라지도 않았다. 오픈 때까지 무사히 입고/진열이 이루어지는 것, 당시의 꿈은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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