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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서점기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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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씨 Oct 14. 2021

새로운 일

마음이 닿은 곳_서점

# 01


올해 초, 다니던 서점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거리가 너무 멀었던 것이 이유였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을 겨울에 내린 눈으로 인해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옮기기 이전에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몇 년을 계속 일해 오면서 제대로 쉬지 못했기 때문에 겸사겸사 쉬면서 새로운 곳을 찾아보는 것이 나을 듯했다. 쉬는 동안의 계획을 머릿속에 몽실몽실 키우며 눈치를 보다 퇴사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느닷없는 이야기였기에 죄송하기도 했지만 이미 마음은 굳히고 말씀드렸고 직상 상사 분도 처음에는 당황하셨지만 이해해 주셨다.


그렇게.. 그렇게 나의 퇴사 계획은 잘 진행되는 듯했다. 불과 며칠이었지만, 쉬는 동안의 계획 - 여행은 아니고, 글을 열심히 써보고 싶었다 - 이 머리에 꽉 차며 혼자만의 분주함을 만끽하던 차에 제의가 들어왔다.


집에서 가까운 위치에 지점 오픈 계획이 있다, 오픈을 맡아서 진행할 생각 있는가.


지점 오픈 관련 업무는 이전에 다니던 서점에서 팀원으로 참가한 적은 있었다. 맡은 파트의 서가 쪽 구성과 입고/정리를 도와주는 일이었고 직접적인 서가 구성, 배치 등등은 그 지점의 예비 점장님이 진행하셨었다. 오픈 업무는 정말 힘들다. 팀원도 힘들지만 점장의 업무는 신규 오픈하는 곳의 1부터 10까지 다 손을 봐야 하고 신경 써야 하는, 말 그대로 막노동에 가깝다.  


그런데,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주어지는 직책, 집에서 가깝다는 장점, 사실 이런 것보다는 막연한 다른 동경이 있었던 듯하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서점으로 만들어 간다는 경험을 해보고 싶은 욕심. 퇴사를 하고 단기간 열심히 글을 써보고 싶었던 야무진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서점 일을 하면서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을 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 두근두근 했다. 오픈 업무의 현실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으나 그래도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결국 퇴사 의지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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