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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서점기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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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씨 Oct 21. 2020

세상의 모든 책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지만

발길이 닿은 곳_서점


서점을 다니면서 아쉽고 안타까운 순간 중의 하나는 손님이 찾는 책이 없을 때이다. 베스트셀러의 경우는 재고가 어느 정도 여유분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도서의 경우 1~2권 혹은 그 마저도 없는 경우가 많다. 마음으로야 모든 책의 재고를 넉넉히 가지고 있고 싶지만 오프라인 서점의 경우 서점의 경제 상황이나 공간의 부족으로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대형 서점이라고 해도 책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오래된 책, 팔리지 않는 책들은 반품이 되고 신간이 들어오기를 반복한다. 모든 작업은 해당 서점의 판매량과 재량에 따라 선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방문한 손님의 취향과 맞지 않는 경우 책을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책이 없는 서점’이 되어 버린다. 오프라인 서점의 규모가 클수록 손님의 기대도 커지지만 기대와 반비례하기도 한다.


간간히 신문에 소개되었다거나 학교 선생님의 추천, 지인의 추천, 기타 책 소개를 보고 책을 보러 오시는 분들이 있다. 찾는 책이 서점에 있으면 다행이지만 서점에 없을 경우 직원과 손님 간의 대화가 길어지기 시작한다. 책의 출간 연도에 따른 보유 여부에 대한 설명, 품절/절판 상태, 거래하고 있는 출판사인지 혹은 총판인지의 여부, 지점이 여러 곳이 있는 곳이라면 가까운 타 지점의 재고분, 그리고 현재는 없지만 주문이 가능할 경우 주문 등록까지.


처음 보는 사람과의 대화가 원활히 잘 마무리되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이 큰 서점에 그 책 하나 없냐는 식으로 말하는 분도 있고 출판사나 거래처와의 주문이 원활하지 않은 곳, 혹은 시일이 오래 걸릴 수 있는 경우 해당 서점을 무시하는 발언도 들을 수 있다. 혹은 다른 서점이나 인터넷에서 책을 사달라고 부탁받는 경우도 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보통은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사정이 원활한 경우 주문과 예약이 이루어지게 된다. 총판을 통해서 들어오는 책이라도 총판 재고분 따라 출판사로 전화해서 재고 여부를 묻기도 한다. 정확한 재고 정보를 바탕으로 주문한 책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한 손님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인지 어렵게 주문하고 도착한 책을 보면 더 반갑다.


책을 가지러 오는 손님의 얼굴은 아무리 나이 많은 분이라고 해도 설렘으로 상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주문자의 심부름으로 책을 가지러 온 손님의 표정은 심드렁해 보이기도 한다. 주문을 한 도서가 수험서나 학습지일 경우의 표정은 비장미가 감도는 것처럼 보이는 때도 있다. 꾸준히 챙겨보는 시리즈 학습만화나 코믹스를 예약하고 찾으러 오는 어린 손님들은 세상을 다 얻은 표정으로 꽃웃음을 지으며 간다. 라이트 노벨류를 예약하는 덕심 가득한 손님들은 책을 손에 쥐며 감격에 가까운 표정으로 아주 조심히 다루어 가지고 가기도 한다. 진상 손님은 아쉽게도, 예약 책을 받아 가면서도 진상이다.


서점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현재는 책을 전달해 준다는 기쁨이 참 크다. 내가 공감한 책을 사가는 손님들에게는 아주 잠시 영혼의 공감대가 생기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책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지만, 그 책을 사고 싶다는 마음에는 마음으로 최선의 공감을 드리려고 노력 중이다. 노력 중이기 때문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현재는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책이 있을 때는 손님이 안 찾고 책을 반품하면 손님이 찾는 머피의 법칙/ 재고_애증과 미련 / 다 드리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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