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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서점기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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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씨 Oct 07. 2020

책이 부른다

발길이 닿은 곳_서점



코로나가 확산된 지 10개월이 다 되어 간다. 많은 오프라인 매장들이 힘든 상황인 것처럼 서점들 또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온라인 매장을 가지고 있는 대형 서점은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서점들, 지역 서점이라던가 독립서점, 중소형 서점들은 줄어드는 객수와 매출에 폐업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현재 다니고 있는 서점은 코로나 전 대비하여 객수는 많이 줄었지만 유지는 가능한 정도이다. 개인 사정으로 그만둔 직원이 있었고 그 후  인원을 보충하지  않아 오히려 좀 더 바쁘게 일하고 있는 중이다. 이전과 비교하여 한산한 시간대가 있기는 하지만 퇴사한 직원의 파트를 기존 직원들이 나누어 부담하게 되어 신경 쓰는 정도는 늘어난 것인데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나은 상황이려니 하며 지내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책을 정리하고 고객 응대를 하다 보면 숨이 차오를 때가 많지만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몸이 마스크를 쓰는 상황에 익숙해져 가는 것이 웃프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마스크를 안 쓰고 들어와 책을 보는 손님은 이제 거의 없지만  줄기차게 이야기해도 듣지 않는 개념 없는 손님들이 아직은 있다. 코를 내놓거나 턱스크를 하거나 이야기할 때만 잠깐 썼다가 다시 내리거나,  직원이 안 보이면 안 쓰는, 어디에나 있는 진상들이다.


아기와 유아 손님들은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하다. 한참 신나게 세상 이곳저곳을 탐색할 시기인데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들에 익숙해져야 하고 행동에도 제약이 많고, 알코올 소독약도 고사리 같은 손에 바르고 다녀야 한다. 어떤 손님은 코로나 이전처럼 밖을 돌아다닐 수 없으니 그나마 아이들과 오는 곳이 서점이라고 말씀하신다. 비단 어린이 손님과 그 가족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집에서 책이나 보자 싶어 서점에 오는 손님이 많다. 서점 직원 입장에서는 고맙기 그지없는 분들이다.


계절이나 시국을 반영한 도서 기획과 큐레이션을 하고, 새 책을 검색하여 주문을 한다. 예약 주문을 체크하고 입고 후 도서 정리를 하고 반품을 한다. 거래처 담당자들과 짧은 면담을 하며 이러저러한 이야기도  한다. 마스크를 쓰고 이야기하며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소리에 익숙해지고 손 소독제를 습관처럼 바르며 틈 날 때마다 손 씻는 것을 제외하면 하는 일은 코로나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변한 것이 없다.


책이 불러서 온 손님들과 직원들이 만나는 곳, 서점은 그런 곳이다.

오시는 분 반갑습니다/ 책은 마스크를 안쓰지만/ 코로나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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