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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서점기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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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씨 Mar 03. 2022

고마운 사람들

마음이 닿은 곳_서점

#05


서가를 비롯한 각종 집기류 배치가 마무리되어 갈 즈음, 도서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에 구인 면접이 있었다. 면접은 인사담당자가 했고, 최종적으로 출근이 결정된 직원과 미팅이 있었다. 잠깐 소담을 나누는 정도여서 그들의 성격을 다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나 무난히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일반적으로,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인을 하는 경우 많은 지원자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조용하고 한가로워 보이는 공간에서 책을 들고 왔다 갔다 정리하는 정도로만 생각해 지원을 하는 분들은 채용 후 10명이면 10명이 다 단시일에 그만둔다. 서가 별 책 분류를 익히는 것도, 입고된 책을 각 파트로 나누고 정리하는 일도, 몇 만권이나 되는 책들 중 베스트나 스테디 도서를 눈에 익히는 일도 끈기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더군다나 손님들이 도서에 대해 물어볼 때, 단순 위치 검색만 물어보는 것은 아니며 같은 질문이라도 많은 경우의 수가 생긴다는 상황을 깨닫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일의 습득도도 개인차가 심하고, 몇 개월이 지났다고 해도 일을 완전히 알지 못한다. 적어도 그 서점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알기 위해서는 최소 1년을 일해보아야 계절별 나가는 도서와 손님들의 문의, 책의 제목 활자에 대하여 익숙해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서점의 종류나 입지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 작은 규모의 서점과 큰 규모의 서점 상황이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작은 서점이나 지역서점이라면 입고 등록부터 정리까지 거의 모든 일을 배워야 할 것이고, 큰 서점이라면 파트별로 분류되어 해당되는 곳에서 일을 시작한다. 큰 서점이 파트별로 분류되어 일이 비교적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산이다. 그만큼 세분화되어 있으며 들어오는 책의 양이 굉장히 많다.


체력을 많이 필요로 함은 물론이다. 개인차가 있지만, 20-30부 묶음의 책 1 덩이를 2-3개씩 들거나, 20부 정도의 책을 팔에 한 번에 안고 이동한다거나, 빽빽이 가득 차 있는 서가를 몇 시간씩 서서 정리해야 한다거나, 일일이 나열하면 끝도 없는 서점 일에 체력은 필수다. 예전에 근무했던 개인서점에서는 면접자에게 책 한 덩이를 들어보라고 할 정도였다. 일의 강도 역시 각 서점의 환경마다 다르지만, 책 1-2권씩 들고 정리하는 우아한 상황은 그리 많지 않다. 어떤 직업이라 하더라도 힘든 부분이 있고 서점이 특별히 유별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서점'이라는 분위기가 주는 환경만큼 직원들이 편하지는 않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고마운 사람들


많은 걱정을 했었다. 이미 오픈한 곳에서도 괜찮은 사람들을 뽑아 일을 가르쳐 주기가 힘든데, 강도 높은 오픈 업무 + 오픈 이후에 쏟아져 들어오는 서점 운영의 정보에 익숙해져야 하는 맷집이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오픈 업무를 하다가 1-2일 만에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아르바이트는 물론이고, 직원으로 채용한 경우에도 그렇다.


하지만 다행히도, 오픈 때 일주일 만에 그만둔 한 명을 제외하고 다 잘 따라와 주었다. 일머리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성실하고, 근무 시 서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것에 크게 감사한다. 감사의 주체는 물론 그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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