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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서점기 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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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씨 Mar 15. 2022

오픈, 그리고

마음이 닿은 곳_서점

#08


오픈일이 어떠했는지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뭐라고 답을 해야 할는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서점"이라는 이미지에 가장 부합하지 않았던 날이라고 해야 할 듯싶다.


북적임과 웅성거림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날. 오시는 손님들도 많고, 거래처에서 보내오는 화환, 화분들로 순식간에 서점의 정원화가 진행되었다. 떠들썩한 축하 인사말과 각종 문의, 신입들이 부르는 다급한 SOS 등등. 참 시끌벅적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빠른 걸음으로 왔다 갔다 하는 나. 그 바쁜 하루 일정 속에서도 "서점 예쁘다, 좋다" "책 진열이 마음에 든다" 등등의 이야기가 들릴 때마다 마음에서 솜사탕이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었다.


오픈 특수는 지역마다, 서점마다 다르다. 코로나 시국인지라 오픈 특수가 아예 없을 수도 있다. 서점 이벤트와 더불어 같은 매장에 있는 카페에서 무료증정 행사를 기획했어도 실제로 얼마나 방문할는지는 해당 날이 되어야 알 것 같다고 판단했을 정도였다. 도심도 아니고, 주변 환경도 객수를 끌어모으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예상 수치를 잡아보기는 했지만, 변수가 많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다행인지 웃픈 일인지, 현재까지도 오픈 3일간의 매출을 넘은 날이 없다. 오픈 시에는 지인들과 관계자가 방문한 덕분도 있지만 주변에 이런 콘셉트의 서점이 없었던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일이 지나며 지역 서점의 특성을 더 많이 보였고 도심, 쇼핑몰에 위치한 서점들과는 매출의 형태가 확연히 다르게 나타났다. 코로나로 인한 창업의 위축으로 인근 상가들의 활성화가 더딘 것도 매출 확대에 영향을 많이 주었다. 한마디로, 높은 수치의 매출은 현재로서 무리라고 본다. 주변 건물의 완공과 그에 따른 입주 수요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정도이다.


입지의 결정이나 서점의 큰 콘셉트를 잡는 일이 업무는 아니었다. 나는 단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여 오픈과 그 이후의 업무를 진행했고 회사에서 예측한 매출의 수치보다 내가 예측한 매출 수치에 근접한 것에 은근 자부심을 느꼈다. 그래도 매출 상향이 어려움에 아쉬운 마음을 숨기기는 힘들다. 서점 자체의 요인보다 외부 요인으로 주변 환경의 개선이 힘들거나 늦어지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아무것도 없던 공간이 책으로 가득하고 책과 더불어 가는 사람들이 마주하는 장소가 되었다. 철 모르는 아가들이 뛰어다니며 서가 사이로 얼굴을 빼꼼 내놓고 서로를 부르며 숨바꼭질을 할 때 외에는 그다지 큰 소리가 날 일이 없는, 손님들의 소곤소곤 일상 대화와 문의하는 소리, 카운터 주변에서 들리는 직원들이 일하는 소리가 어우러지며, 책장을 넘기는 움직임에 책 향 가득한 곳. 마음이 닿은 나의 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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