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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 Nov 01. 2022

네 번째 합창단과 왼손 지휘자

Epilogue

아마추어 합창단의 연주가 대단해봐야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우리는 최고의 연주자가 최고의 장소에서 최고의 순간을 연주하는 것을 언제든지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예전과는 달리 A급의 연주자가 아닌, 동네에서 마주치는 C급 연주자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들은 입시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고 동네에서는 그들의 연주를 하찮게 여긴다. 어디 콩쿠르에서 젊은 나이에 대단한 수상을 해온, 매체에 집중을 받는 연주자는 승자이고 결과는 독식이다. 하지만 예술은 동네에서 생기고 동네의 예술 수준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 


아마추어 예술가의 활동은 우리 문화 전반에 걸친 힘이다. 아마도 스프린터스는 좋은 연주를 했을 테고 단원들은 치유의 경험을 했을 것이다. 컨덕터에 대한 마음의 빚도 갚았을 테고. 분명히 스프린터스의 연주는 우리 음악계, 아니 더 좁혀서 합창계에 엄청난 영향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연주회가 있었는지 몰랐을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스프린터스 같은 합창단, 합창이 좋아서 모이는 합창단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삶이 윤택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다시 화요일 합창단에서 누님들과 노래하고 목요일 합창단을 지휘할 것이고 금요일 합창단에서는 디테일한 표현의 논쟁으로 음악을 만들 것이다. 월요일이면 스프린터스와 함께 노래로 달릴 것이다. 프로의 오른손이 아닌 아마추어의 왼손으로.


그렇게 반복해서 일어나는 일상이 예술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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