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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해 Feb 12. 2022

튀지 마… 중간만 해

예전 팀이지만 몇 년 만에 다시 돌아온 팀이라 새로운 멤버들이 꽤 있다. 팀장은 티타임을 만들어 유사 업무 하는 분들과 이야기 나눌 기회를 주었다. 다른 회의로 티타임 시간에 좀 늦게 합류했는데 처음 보는 동료가 팀장에게 질문하고 있었다.


"아이 대학에 잘 보내는 노하우 좀 알려주세요."


팀장에겐 대학 2학년인 딸이 있다. 질문한 동료는 아들이 이제 고3이라 대학을 보낸 팀장이 너무 대단해 보인단다. 아들과 사이가 안 좋다 보니 아들이 시키는 대로 안 해서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들어보니 아이의 부족한 실력을 메우기 위해 기숙학교에 보냈다고 한다. 아이가 싫다고 할머니 댁에 도망갈 정도였는데, 억지로 입학시키고, 아이가 적응하기 너무 힘들어 죽겠다는 아들에게 “그럼 죽어…” 이랬다고 한다. 그 이후 아들은 자신에게 공감하지 못하고 강요만 하는 자신에게 분노의 눈길만 보낸다고 한다. 방학이라 부족한 실력을 보완하기 위해 학원 가려고 집에 왔는데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데 안 그러는 모습에 걱정이 많다고 했다.


“대학 가면 등록금 대주고(회사가 지원해주니…) 취업하면 1억 5천 줄게. 5천은 네가 벌어서 2억 전세를 얻어 살아라. 거기까진 내가 해주겠다.”


아빠로서 지원 범위를 명확하게 이야기하자 아들은 알겠다고는 했지만 그럼에도 꼭 대학을 가야 하냐고 물었다고 한다.

동료는 대학은 꼭 안 가도 되지만 자신은 튀는 게 너무 싫단다. 뛰어난 것도 좋지만 굳이 남들 다 가는 경로를 이탈할 필요가 있나? 자식이 적당히 튀지 않고 남들처럼 중간으로 살았으면 한다고 했다.


동료의 튀지 말라는 말은 사회심리학 용어로는 '밴드왜건 효과(편승 효과)', 일명 대세를 따르는 행동을 말한다. 무리 속에 살아가는 존재로서 어찌 보면 당연한 행동이다. 게다가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이런 성향이 더 강해진다. 모난 돌이 정 맞는 경우도 있고, 조직 부적응자로 찍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세에 편승하지 않는 경우 예를 들어 나중에 줄 돈을 미리 주고 알아서 길을 찾으라고 할 수도 있고, 학원비 (기숙학교는 한 달에 300 정도 한다고 한다…)를 아들의 이름으로 투자하는 편이 ROI 측면에서 돈을 더 많이 벌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길을 자식에게 제시하지는 못하겠다고 했다.


최근 친구의 고민이 떠오른다. 친구는 아이들에게 공부 스트레스 주기 싫어서, (자신처럼) 공부만 잘하고 다른 건 못하는 사람이 되지 않길 바래서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별로 안 해왔다. 친구의 친정 엄마는 친구에게도 자식 공부에 신경 쓰라고 엄청 잔소리하신단다.


자신의 방식대로 육아하겠다고 엄마와 싸우던 친구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성적이 중간쯤인) 아들이 유명하다는 학원에서 레벨 평가받았는데 수준 미달이라는 말을 들으니 흔들린다고 한다.


엄마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자기 자신)이 있고 자신은 없으니 엄마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단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들이 공부만 하지 않아서 이런저런 상식과 지식이 있는 아들을 보면 대견하단다. 친구는 자신이 자란 방식과 자신이 하고 싶은 방식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부모의 선택이 아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내가 키워지고 살아온 방식밖에 모르니 그 방법만 맞는 것 같고 그 외 방법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고 힘들다.


내 경우는 부모님은 생계로 너무 바쁘셔서 내 진로와 공부에 크게 신경을 쓸 여력이 없으셨다. 고등학교 선택도, 학원 선택도 등록도 내가 정보를 찾아다녔다. 스스로 찾고 선택했기에 열심히 했다. 내 성향상 부모님의 간섭이 많았다면 오히려 안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를 어느 정도 닮은 아이에게 이래라저래라 강요를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아무것도 장담할 순 없다. 나 또한 내가 부족해서 겪었던 걸 생각해보면 아이는 그걸 안 겪었으면 하고, 의지와 의욕이 있는 내게 부모님이 더 많은 지원을 해주셨으면 고생을 덜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아쉬움도 있어서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 세상은 우리 세상과 다르다고 하는데 부모로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과거 경험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현재 시점의 나의 바람은 아이가 중간만 하길 바라진 않는다.


스스로 선택하고 도전하고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성취하고 그 과정 속에서 단단해지고 강한 내면의 힘을 기르고, 그 힘으로 스스로 행복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그 선택이 어떤 것이든 지지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다..... 근데 그러려면 돈이 있어야겠지?

토요일이니..... 로또를 사러 가야겠다.

(이것도 밴드웨건 효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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