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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해 Feb 16. 2022

신호를 보낸 건가?

아침 출근길이었다. 


회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3개 엘리베이터 중 이미 와 있던 엘리베이터가 있었는지 바로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를 탄 후 1층 버튼을 누르고  기다렸다. 


지하 2층이라 금방 1층에 도착한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는다. 몇 층인가 보니 층수는 1을 가리키고 있다. 이상해서 다시 지하 2층 버튼을 눌러봤다.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에어 팟으로 유튜브를 듣고 있었는데 계속 나오는 영상 소리가 아니라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열림 버튼부터 어떤 버튼을 눌러도 반응이 없다. 층 중간에 엘리베이터가 멈춘 건가 생각도 했다. 


이상하다 싶어 비상 버튼을 누르려는 찰나 갑자기 엘리베이터 문이 1층에 열렸다. 1층에서 문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사람은 살짝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뭐지? 하다 일하러 사무실로 향했다.


저녁 운동 마치고 집에 오는 길이었다.


학원 주차장에서 시동을 거는데 아이나비 시스템이 먹통인지 내비게이션 화면이 까맣다. 분명 퇴근해서 학원까지 오는데 잘 나왔는데, 집에 가는 길에 왜 이러지? 싶었다. 주차하는데 후방 카메라가 나오지 않아 엄청 불편했다. 주차 후에 시동을 다시 껐다 키니 나온다. 후방 카메라도 다시 나온다. 


집에 들어오며 생각해보니 영화 <<인터스텔라>>이 떠오른다. 블랙홀에서 나온 쿠퍼가 갇힌 곳은 과거 자기 딸의 책장 너머다. 쿠퍼는 책을 떨어뜨리는 등 물건을 움직여 머피에게 신호를 보내려고 한다. 


혹시 블랙홀 너머의 누군가가 나에게 신호를 보내는 건가? 


며칠 전이었다. 


남편과 저녁에 야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평행 우주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자신이 어렸을 때 정글짐에서 머리부터 떨어진 적이 있는데, 목이 부러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런 외상 없이 집에 잘 갔다고 한다. 자신은 어쩌며 그때 평행 우주의 다른 사람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했다. 


나도 내가 하지 않았던 여러 선택들이 평행 우주를 만들어낸다면, 과거에 선택하지 않은 삶을 사는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시간의 제약이 없다면 다양한 선택으로 인해 다양한 평행 우주가 생기고 과거 현재 미래가 뒤섞여 있을지도 모른다. (이 생각이 원래 평행 이론과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내 맘대로 생각해본다.)


집에 오자마자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지금 보는 나는 내가 아니라 평행 우주에서 온 다른 나일지도 몰라."


그러면서 오늘 일어난 이야기를 했다.


남편이 말했다.


"씻고 자... 눈은 졸려서 반쯤 감고 있으면서 ㅋㅋㅋ"


하긴 이 글을 쓰려고 운동하고 와서 땀투성이 인 채로 반쯤 감긴 눈으로 그런 말을 하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모른다.


나중에 이 글을 읽는다면 오늘 일은 어떤 시그널이었다고 깨닫게 될 날이 올지도...


자야겠다...


(더 무서운건 발행하려고 보니 자동으로 키워드가 "엘리베이터" "무서운이야기"가 선택되었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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