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이상 Mar 26. 2023

1m 거리에서 겪은 조현병

조현병 1m 거리에서 ⓛ사람이 아니라 병이 문제

옆집과 우리 집 사이의 거리는 일미터 남짓 된다.


이사 올 무렵인 여름부터 가을까지 한 3개월 간 나는

일 미터 남짓 한 거리에서 크고 작은 일을 겪었다.


약 100일 정도의 시간은 지나고 보면 한 없이 짧은 기간이며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면

특정 3개월을 떠올린다고 한들 '그 때 뭐했더라' 라고 곱씹어봐야 기억이 쉬이 떠오르진 않는다.

다만, 특별한 순간이라면 생생하다. 예를 들어 '지난 여름에 가족과 베트남을 갔었지'나 

'작년 가을에 우리 집에 강아지가 왔었지'같은 순간들은 생생할 수 있다.


이사 온지 벌써 2년 가까이 흘렀는데도 그 3개월은 너무나 생생하다 나는.


그만큼이나 분명한 것은 내가 살면서 한 번도 겪지 못한 일을 겪은 것이고,

그것으로 인해 많이 불안했고 무서웠으며 그래서 불행했다.

마흔 즈음 된 아저씨가 엄마가 보고 싶다는 원초적인 생각이 들 만큼의 일도 겪었다.


무엇보다, 딴에는 똘똘히 살려고 발버둥 친 아저씨가 할 수 있는게 거의 없다는 것이 너무나 무력했다.

그래서 더 공포스러운 시간들이었다. 


아주 다행히도 그 사람은 지금 일 미터 너머에 없다.


그 사람이라고 썼지만 그 때는 미친 사람이라는 생각 뿐이었고 

쌍욕을 섞어가며 그저 사라지라고 저주를 내리는 것에 하루의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으니까.


무력한 나머지 저주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조현병 관련 기사와 칼럼, 블로그, 병원 내 의약정보, 가족 후기와 댓글, 지자체 게시판 내 유사 사례를

있는 대로 다 훑어 본 나는 몇 가지는 알게 되었다.


지금에서야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 사람은 정신 질환을 가진 환자였고

병으로 인해 옆 집인 나에게 가해가 된 것 뿐이라는 것을 안다.

또, 조현병이라는 것은 본인이 병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지속적인 치료, 그러니까 약을 먹는다면

누군가의 가해자가 될 일도 없거니와 일상 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도 안다.

마지막으로 모든 조현병을 잠재적 가해자로 봐서는 안된다는 것도 안다. 


또 내가 겪어 아는 것은 위와는 정반대로 조현병은 

병식(*스스로 병이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 없어 치료하지 않으며

보호자 마저 없어 병이 악화되었을 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되는 것도 너무나 잘 안다.


언제 뭐가 터질지 괴로운 그 시간을 다시금 돌이켜보면

뭔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의 시작은 의외로 그 사람과의 인사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